"집에 언제 갈 수 있죠?" 인천 전기차 화재 주민들 대피소 가보니

입력
2024.08.04 20:00
청라1동행정복지센터 16가구 53명 
4층 대회의실에 텐트 16개동서 생활
"전기·수도 복구 예상 보다 지연"
에어컨 풀가동, 각지서 온정 이어져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4일 인천 서구 청라1동행정복지센터 4층 대회의실. 사흘 전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대피한 주민 16가구 53명이 대한적십자사 등의 지원으로 마련된 텐트(쉘터) 16개동에 가족단위로 생활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도 천장형 에어컨 6대가 풀가동돼 덥지는 않았고, 서구청이 삼시세끼 도시락을 지원하거나 인근 식당들도 날짜를 정해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등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곳곳에서 음료·물·컵라면·다과류 등이 답지하고, 이웃 아파트는 “우리 공동샤워장을 사용하세요”라고 호의를 베풀었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은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몸만 빠져나와 저녁부터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불편하지만, 지원 덕분에 아직은 참을 만 하다”고 했다.

화재로 인해 전기와 수도, 도시가스 공급이 끊겨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주민은 청라1동행정복지센터를 비롯해 △청라2동행정복지센터(24세대 67명) △청람중 체육관(28세대 80명) △풍경채1차 경로당(7세대 19명) △경명초 체육관(27세대 90명) △대한적십자 서북봉사관(4명) 등 모두 103가구 313명으로 알려졌다. 주민을 지원하는 구청 직원은 “텐트 생활이 힘들겠지만 불평불만 하는 분들은 없다”며 “화재로 처음에는 우왕좌왕 하셨는데 이제는 좀 안정을 찾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입주민들은 낮 시간을 이용해 집을 오가며 가재도구를 정리하기도 했다. 아파트 18층에 거주한다는 한 주부는 “어제 낮에 소방서 허락을 받아 걸어서 집에 들어갔는데, 냉장고에 있던 음식이 다 녹았다”며 “오늘은 냉동고를 정리하고 대충 치우려고 한다”고 걸음을 재촉했다.

다만 입주민들의 완전 귀가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공급은 일러야 7일, 수돗물은 6일에나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는 현재 330동(5~6호라인), 332~334동 전체가 끊겼다. 화재 현장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일부 가구에 전기 공급이 이뤄졌지만 나머지 가구는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 수돗물도 화재로 인해 약해진 수도관이 재차 터진데다 오수를 제거해야 공급이 가능해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피 주민들 사이에서는 "귀가하기까지 한 달 가량 걸릴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구 관계자는 “당초 전기와 수도 등의 복구 시점이 2~3일 내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장 상황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 복구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력과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아파트 피해복구와 이재민 구호에 최선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