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공습 때, 몸집 커진 티몬·위메프…고꾸라질 징조였다

입력
2024.08.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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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 진격 이겨낸 티몬·위메프
할인으로 고객 모았으나, 비용 증가
큐텐 인수 후 크게 늘어난 거래액
매출은 오히려 감소, 번 돈 까먹어


올해 상반기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가 한국 시장을 빠르게 공략할 때 티몬·위메프는 '조용한 약진'을 했다. C커머스에 밀려 고전하던 주요 이커머스와 달리 티몬·위메프는 오히려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늘었다. 하지만 MAU 증가는 티몬·위메프의 활약이 아닌 내리막길로 향하는 징조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일 티몬·위메프가 큐텐에 인수된 이후 나온 여러 긍정 지표들을 보면 내실 다지기보단 몸집 불리기에 집중한 정황을 포착할 수 있다. 고객 수를 가늠할 수 있는 MAU가 한 예다.

올해 상반기 알리, 테무가 확장하면서 주요 이커머스는 주춤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6월 알리, 테무 MAU는 각각 837만 명, 823만 명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124만 명, 370만 명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11번가, 지마켓 MAU는 각각 769만→712만 명, 563만→497만 명으로 57만 명, 66만 명 내려갔다. 다만 쿠팡은 2,918만 명에서 3,129만 명으로 증가했다.

주목할 부분은 업계 6, 7위인 티몬·위메프다. 티몬, 위메프 MAU는 각각 346만→437만 명, 301만→432만 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티몬·위메프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두 회사는 초저가 상품을 앞세운 알리, 테무의 공습을 버텨내는 토종 이커머스로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시기 티몬·위메프의 MAU 증가는 할인 프로모션에 기댄 측면이 크다. 알리, 테무에 맞서기 위해 내세웠던 할인은 결국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티몬·위메프가 상품 가격을 깎아줄수록 고객은 더 유치했지만 치러야 할 비용도 그만큼 늘어나서다.

결국 티몬·위메프 모기업인 큐텐그룹의 구영배 대표가 밝혔듯 할인은 티몬·위메프의 손실을 키워 판매자(셀러) 정산금 미지급 사태를 일으켰다. 티몬·위메프는 MAU 증가로 겉보기에 덩치를 키웠지만 속은 병들어가고 있었던 셈이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티몬·위메프의 MAU가 증가할 당시 업계에선 의아해했다"며 "큰 폭의 할인 정책이 뒤에 있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이번 사태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거래액 급증 홍보한 티몬·위메프, 알고 보니…



티몬·위메프의 외형 확대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사례는 더 있다. '2023년 티몬 거래액, 전년 대비 66% 증가. 2023년 4분기 위메프 특가 매장 거래액, 같은 해 1분기 대비 140% 증가.' 올해 2월 두 회사가 낸 보도자료다. 티몬(2022년 9월), 위메프(2023년 4월)가 큐텐그룹에 인수된 이후 성장했다고 강조하는 내용이다.

큐텐이 위시 인수, 큐익스프레스 상장, 정산금 돌려막기 등을 위해 시도했다고 비판받는 티몬·위메프의 거래액 부풀리기가 이미 지난해부터 이뤄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때 거래액이 늘어났는데 경영 실적은 나아지지 않은 면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티몬·위메프 매출은 거래액 중 일정 비율을 떼어가는 수수료다. 거래액이 증가하면 매출도 비례해 늘어나는 게 정상 구조다. 그런데 위메프는 매출이 2022년 1,683억 원에서 2023년 1,268억 원으로 떨어졌다. 2022년 매출 1,205억 원을 거둔 티몬은 2023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티몬·위메프가 이전부터 번 돈을 까먹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지표다.

6월 들어 티몬 등에서 크게 늘어난 결제액도 위기의 전조였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추정한 티몬의 6월 결제 추정액은 8,398억 원으로 5월 대비 1,528억 원 늘었다. 구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름 즈음부터 10월까지 거래액을 키우는 이커머스 주기에 따라 결제 액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은 갸웃한다. 주요 이커머스가 1년 중 할인 등을 가장 집중하는 대목은 11월이고 여름은 오히려 비수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른 이커머스 관계자는 "티몬 결제액은 자금 마련 차원에서 상품권을 싸게 팔아 늘어난 건데 이커머스 주기와 연결 짓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