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샤넬 재킷' 특별전시… 검찰, 전직 주불한국문화원장 조사

입력
2024.08.05 04:30
10면
한글박물관 전시 앞서 재킷 공개
샤넬 측 "2021년 별도 제작 기증"
검찰, 재킷 기증·전시 경위 조사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해외 순방 관련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샤넬 재킷'을 가장 먼저 전시했던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의 전 원장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조아라)는 지난달 말 전해웅 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2019~2022년 재임)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은 2021년 국립한글박물관과 협력해 개최한 특별전에서 김 여사가 프랑스 순방 때 입었던 '샤넬 한글 재킷'을 처음 전시했다. 검찰은 전 전 원장을 상대로 재킷의 전시 경위 등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재킷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수석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가 직접 제작해 2015년 패션쇼에서 선보인 의상으로, 2018년 10월 김 여사가 프랑스 순방 때 빌려 착용해 화제가 됐다. 이 재킷은 순방 3년 후인 2021년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이 국립한글박물관과 협력해 두 달간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 특별전시회를 열면서 일반 대중에 공개됐다. 문화원은 당시 전시 홍보글에 "샤넬이 기증한 '샤넬 한글 재킷'도 전시될 예정"이라는 문구를 넣었고, 실제 개막행사엔 샤넬 관계자도 초청됐다고 한다. 전시가 끝난 뒤 재킷은 이듬해 3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열린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에서 또 한 번 선보였다.

하지만 이 시기 재킷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됐다. 전시에서 공개된 재킷과 김 여사가 입었던 재킷 문양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김 여사가 재킷을 개인 소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2022년 3월 "대여받은 옷을 샤넬에 바로 반납했고, 샤넬이 '한글로 디자인해 의미가 크다'며 한국에 기증했다"고 공식 입장을 내 '김 여사 소장설'을 반박했다. 샤넬도 직접 해명에 나섰다. 샤넬코리아는 2022년 4월 "지난해 11월 국립한글박물관 요청에 따라 별도 재킷을 제작해 기증했다"며 "김 여사가 (프랑스 순방 당시) 착용한 재킷은 바로 돌려받아 프랑스 샤넬 본사에 있는 역사 전시관에 보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해명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김 여사에 대한 공세는 계속됐고,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재킷을 반납한 뒤 3년 후에야 재킷을 한 벌 더 제작해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한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 등을 되짚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초부터 김일환 국립한글박물관장과 실무자, 문화체육관광부 담당부서 과장, 문체부에 연락한 청와대 행정관 등을 잇달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아울러 수사팀은 인도 타지마할 외유성 출장 의혹, 청와대 경호관 수영강습 의혹 등 김 여사에 대한 다른 고발 사건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강지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