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전 전문' 김우진, '다관왕 전문' 임시현…오상욱 이어 2관왕

입력
2024.08.0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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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김민종 사상 첫 최중량급 은메달
여자 최중량급 김하윤은 동메달

한국 양궁 대표팀의 남녀 에이스 김우진(청주시청)과 임시현(한국체대)이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각각 남자,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들은 펜싱 오상욱(대전광역시청)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아울러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양궁은 한국 선수단에 7번째 금메달을 안긴 동시에 올림픽 종목 통산 30번째 금메달을 채웠다. 유도에선 김민종(양평군청)이 사상 첫 최중량급 은메달을 목에 거는 등 배드민턴과 유도에서도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추가해 한국은 금메달 7개, 은메달 4개, 동메달 4개를 기록했다.

임시현과 김우진은 2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독일의 미셸 크로펜, 플로리안 운루를 6-0(38-35 36-35 36-35)으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 양궁은 이로써 혼성전이 처음 도입된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이어 2연패를 이뤄냈다. 초대 대회에선 안산(광주은행)과 김제덕(예천군청)이 우승을 차지했다.

김우진, 임시현은 개인전을 남겨두고 있어 최대 3관왕까지 바라볼 수 있다. 양궁 종목에서 올림픽 3관왕을 달성한 건 3년 전 안산이 유일하다. 임시현이 먼저 3일 개인전을 치르고, 김우진은 4일 출격한다.

임시현은 다관왕 전문 궁사가 됐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달성하더니, 첫 올림픽 무대마저 금메달 2개를 쓸어 담았다. 랭킹라운드 땐 세계신기록을 작성할 만큼 기세가 좋아 2년 연속 메이저 국제대회 3관왕 전망이 밝다. 또한 임시현은 여자 단체전 우승 당시 “내 실수가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단체전보다 개인전이 더 부담 없고, 자신 있다”고 밝혔다.

김우진은 단체전 전문 금메달리스트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 그리고 이번 파리 대회까지 남자 단체전 3연패의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혼성 단체전에도 처음 나가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다관왕에 등극했다. 김우진은 앞서 “아직 메달이 없는 개인전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게 목표”라며 3관왕 의지를 드러냈다.

단체전에서만 금메달 4개를 따낸 김우진은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과 함께 동·하계 올림픽 통틀어 한국 선수 최다 올림픽 금메달 공동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제 1개만 더 보태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던 전설들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쓴다.

김우진은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단체전에 이어 혼성까지 금메달을 따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임시현 선수가 많이 부담스러웠을 텐데 너무 잘해줘 금메달을 땄다. 너무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시현은 "나보다 (김)우진이 오빠가 훨씬 더 많이 부담감을 느꼈을 텐데, 그 와중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2관왕의 기쁨을 뒤로 하고 대회 3관왕을 위해 다시 준비하는 김우진은 "남아 있는 개인전에서도 남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 영향을 받아 마음 비우고 하면 좋은 결과가 찾아오지 않을까"라며 "최다 금메달 기록은 아직 은퇴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계속 역사를 써내려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임시현은 "(2관왕도)기뿐 일이지만 바로 다음 날 경기가 남아 있으니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유도에선 남자 최중량급 세계 랭킹 1위 김민종(양평군청)이 결승전에서 라이벌 테디 리네르(프랑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유도 최중량급에서 은메달을 딴 건, 유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64년 이래 사상 처음이다. 앞서 조영철 대한유도회장이 1984 로스앤젤레스와 1988 서울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다.

김민종은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100㎏ 이상급 결승에서 2020 도쿄 대회 은메달리스트인 조지아의 구람 투시슈빌리를 한판승으로 꺾고 당당히 세계 정상에 올랐다. 한국 남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건 2018년 73㎏급 안창림과 100㎏급 조구함 이후 6년 만으로, 김민종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만큼 이날 경기는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김하윤도 이날 여자 78㎏ 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튀르키예 선수를 제압하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유도 선수가 이 체급에서 메달을 딴 건 2000 시드니 대회 동메달리스트 김선영 이후 24년 만이다. 김하윤은 경기를 마친 뒤 "행복과 아쉬움이 공존한다"며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 행복하지만,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로 왔기 때문에 아쉬움도 있다"고 털어놨다. 한국 유도의 '새로운 간판 스타'라는 칭찬에는 "금메달을 못 땄으니 간판은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며 "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진짜 간판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파리 = 김지섭 기자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