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고객의 타사 신용대출 이력을 보면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 20% 이자를 내는 분들이 많아요. 연 10~15%가 없는 '금리 단층1' 현상 때문이에요. 우량 고객과 정부 구제가 필요한 대출자 사이 '회색 지대'에 있는 분들도 연 8~10%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예요."
안병규(31)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 인공지능(AI) 총괄 이사가 3년 전 입사 때부터 느꼈던 문제의식이다. PFCT는 중·저신용자가 고금리 빚에 시달리는 다중채무자(대출 3개 이상 보유)로 내몰리지 않는, 동시에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가 연체율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적정 금리'를 찾아주는 기술 금융 스타트업이다. PFCT 서비스의 중심엔 AI 기술력이 있고, 안 이사가 이를 총괄하고 있다.
컴퓨터공학 학사, 전산학 석사, 국제 정보올림피아드(IOI)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엘리트 공학도' 외길을 걸었던 그는 PFCT에서 일하며 중신용자(신용등급 하위 20~50%)조차 다중채무자로 몰리는 현실을 보게 됐다.
"저는 학자금 대출밖에 없는데, 저희 고객 대출 건수는 평균 10건이었어요. 일단 그게 충격이었죠. 대부분 100만 원 단위 대출을 받았는데, 소액 대출도 자주 받으면 금리가 오르잖아요. 심지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아직 여유가 있는 분도 있었어요. 처음부터 최대한 낮은 금리로 필요한 만큼 한 번에 대출을 받았다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생각했어요."
중신용자를 위한 대출을 확대하려면 연체 위험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신용평가모델이 필요했다. 그는 다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하는 AI를 이용하면 과거 대출 사례를 현시점에 응용할 수 있고, 대출자 검증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금융사의 현재 대출 정책까지 고려해 대출 승인 여부 및 금리 계산을 할 수 있도록 개발한 프로그램이 '에어팩(AIRPACK)'이다. PFCT 고객을 위해 만들었지만, 입소문이 돌면서 현재 국내 저축은행 4곳에서 에어팩을 이용하고 있다. 국내 대형금융기관 19곳과 시범 서비스를 실시한 결과 부실률을 최대 26.2% 낮추고 대출 승인율은 최대 24.6% 높였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지점이 에어팩 도입을 밝혔다.
안 이사 팀의 성과는 최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중신용자 중에서도 우량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개별 금융사가 제시할 수 있는 가장 낮은 금리를 계산하는 AI 알고리즘을 고안했는데, 데이터 마이닝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 데이터 마이닝 학회(KDD)'에서 발표하게 된 것이다. 개인신용대출 시장이 확대되고 대출 비교 플랫폼이 도입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실이, 중신용자에게는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통했다.
안 이사 팀은 현재 이 모델을 상용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발표한 알고리즘은 실시간으로 적정 금리를 제시하는데, 현실에 맞게 일 단위 또는 월 단위로 금리를 제시할 수 있도록 재개발 중이다. 안 이사는 "단순히 가장 좋은 학회부터 도전해 보자고 생각했는데 채택까지 될 줄은 몰랐다"며 "우리가 개발한 알고리즘이 실제로 중신용자의 평균금리가 낮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