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 불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청문회와 현장검증 카드를 꺼냈다. 이 위원장 탄핵소추 추진에 이어 국정조사와 청문회, 현장검증까지 국회가 꺼내들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윤석열 정부 방통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다.
과방위는 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 관련 현장·문서검증 △방송장악 청문회 실시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일 과방위 소속 의원들이 경기 과천의 방통위 청사를 찾아 이사 선임 당시 회의록 등을 살피며 현장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방송장악 청문회는 9일 국회에서 열린다. 이 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 29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민의힘은 두 안건이 올라오자마자 강하게 반발했지만, 의석수 열세로 인해 안건 처리를 막지 못했다. 이에 여당 과방위원들은 전원 회의장을 퇴장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의사진행이 적반하장이고 거의 무고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이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취임하자마자 공영방송 이사진을 단시간에 졸속 선임했다는 민주당 비판에 대해 이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방문진 이사진 구성에 33분, KBS 이사진 구성에 27분이 소요됐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당초 청문회와 현장검증 추진 계획은 없었다. 이날 현안질의에선 이 위원장에게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과정의 불법성과 인사청문회 위증에 대해서만 따져물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전날 갑자기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자, 일종의 '괘씸죄'를 적용해 더 센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민주당은 이날 이 위원장 불출석 고발 계획도 밝혔다.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여론전으로도 풀이된다. 민주당은 앞서 이 위원장이 선임한 공영방송 신임 이사진이 임기가 시작되는 12일 전까지 방송장악 국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여야 한 곳의 요구에도 국조를 열 수는 있지만, 키를 쥐고 있는 우원식 국회의장 입장에서 그간 여야 합의에 의해 국조가 이뤄져왔던 관례를 깨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전날 민주당 등 야7당 의원들은 우 의장을 면담해 결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