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1일(현지시간) 전체 인력의 15%를 정리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적 부진에 따른 대대적 비용 감축 노력의 일환이다.
인텔은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증대시키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로부터 가장 큰 보조금을 약속받은 업체다. 그런 인텔이 일자리를 확대하기는커녕 대규모 해고 계획을 내놓으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산업 부활' 목표 실현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인텔은 이날 올해 2분기(4~6월) 시장 예상치(129억4,000만 달러)를 밑도는 128억3,000만 달러(약 17조5,6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보다도 1%가량 감소한 수치다. 순손익은 작년 같은 기간 14억 달러대 순이익을 냈던 데서 16억1,000만 달러(약 2조2,042억 원) 순손실로 전환했다.
다음 분기 전망 역시 좋지 않다. 3분기에는 주당 0.03달러의 조정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인텔은 예상했다.
인텔은 이처럼 부진한 실적 탓에 고강도 비용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내년까지 10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전체 직원의 15%를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감원은 약 1만5,000명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주로 연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이 연평균 240억 달러씩 감소했다. PC와 데이터센터 부문에서는 미국 AMD와 치열한 경쟁 중이고,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에 크게 밀리고 있으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뒤처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같은 기간 직원 수는 10%씩 늘었다. 이 때문에 감원 필요성은 계속 제기돼 왔으나 전체의 15%는 "예상보다 큰 규모"라고 전략컨설팅업체 무어앤인사이트스트래티지의 설립자 패트릭 무어헤드가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다.
인텔의 갑작스러운 감원 소식은 바이든 행정부에도 부담을 안기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반도체 생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안에 반도체 제조 시설을 짓는 기업에 5년간 총 52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과학 법(칩스법)'에 따라 자국 기업 인텔에 85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주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이 법에 근거해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 중 가장 많은 액수다.
하지만 이날 인텔의 감원 발표는 칩스법이 목표한 바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임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WP는 "인텔은 아직 그 자금을 받지 못했고, 상무부는 이날 인텔의 발표가 보조금에 영향에 미칠지 여부를 밝히기 거부했다"며 "인텔이 궁극적으로 연방 자금을 지원받더라도 미국에 있는 공장들은 한국이나 대만, 중국의 경쟁업체보다 더 높은 노동 비용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