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24.08.03 04:30
19면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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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파리 올림픽이 한창이다. 이역만리에서 벌어지는 올림픽 경기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은 TV 중계 덕분이다. TV를 통한 최초의 스포츠 중계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었지만, 중계권료 개념이 처음 생긴 것은 1960년 로마 대회였다. 이때부터 스포츠 중계가 경제 영역으로 들어왔다. 1968년 멕시코 대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본격적으로 중계권료에 관심을 둔 대회였다. 이후 올림픽 중계권료 수입은 기하학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대회 적자는 여전했다. 최초의 흑자 올림픽은 1984년 LA올림픽이었다. 대회 조직위원장이었던 '피터 위버로스(Peter Ueberroth)'는 방송 중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많은 기업 후원을 유치했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을 위한 숙박과 경기장 시설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모양새였다.

올림픽은 한 국가의 문화 인식을 개선하기도 한다. 1988 서울 올림픽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림픽 이전, 사람들은 만원 버스 안에서도 담배를 피웠다. 지금은 사라진 '공중도덕'이라는 표어가 도심 곳곳에 붙어있었다. 결과적으로 서울 올림픽은 국민의 문화 인식을 개선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강요당한 국민의 희생도 있었다. 성화 봉송로 근처의 달동네, 판자촌 등을 ‘미관상의 이유’로 철거했다. 그곳에 거주하던 수십만 명의 주민은 길거리로 내몰렸다. 올림픽이라는 '전가의 보도'는 약자 앞에서 더욱 잔혹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의 주제는 '탄소 저감'과 '친환경'이다. 지구촌 관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화두다. 조직위는 실천 방안으로 선수촌 숙소와 셔틀버스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운동선수에게 중요한 식단 역시 채식 위주로 구성했다.

각국 선수단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런 조직위의 조치가 선수 컨디션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부국(富國)은 에어컨을 공수하고 식사도 따로 준비했다. 대회 취지가 무색한 결정이었다. 반대로 대회 명분을 유지하는 불편함은 오롯이 빈국(貧國) 선수들의 몫이 됐다. 이들은 경기장에선 상대 선수와, 경기장 밖에서는 대회 취지와 싸우는 형국이 됐다.

파리엔 시내를 관통하는 '센강(La Seine)'이 있다. 그리고 프랑스 동부 알프스 산자락에는 '센물(hard waterㆍ경수)'의 대명사인 에비앙이 있다. 이 중 어느 물의 가치가 더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의미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올림픽에는 늘 숨겨진 그림자가 공존한다. 빛과 그림자의 혼재, 그것이 올림픽의 본질이다.


조용준 스포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