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어진 기업의 '남성혐오 논란'을 둘러싸고 서울 번화가에서 여성의당과 익명의 시민이 현수막 공방을 벌였다. 이 장면이 온라인 공간에 공유되면서 또 한 차례 성별 갈등이 불붙고 있다.
2일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성의당이 최근 서울 지하철 교대역 인근 가로수에 게시한 현수막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현수막에는 '손가락으로 뽑아내는 여성 인재, 기업이 무너지는 지름길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오른편에는 남성이 집게손가락 모양으로 나무블록 탑의 일부를 빼내고 있는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손가락이 집고 있는 블록에는 '여성인재'라는 단어가 쓰여 있다. 이 블록을 빼내면 나무블록 탑이 균형을 잃고 무너지는 구조다.
여성의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현수막을 건 이유에 대해 "여성 노동자에 대한 사상검열과 테러 범죄에 동조하는 기업과 이를 방관하는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현수막 행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당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서울 성수동 르노코리아와 넥슨코리아, 서울고용노동청 및 서울 번화가 일대에 같은 현수막을 게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성의당의 '현수막 행동'은 최근 기업에서 소속 직원이 '집게손가락' 모양의 동작을 취하거나, 홍보 이미지에 사용했다가 남성혐오 논란에 휩싸인 사태가 벌어지자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르노코리아의 차량 홍보영상에서 한 여성 직원은 차량을 설명하며 '집게손' 모양을 사용했다가 남성 고객들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집게손'은 남성의 특정 신체부위 크기를 조롱하는 혐오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여성의당 현수막 나무블록에는 '르노(Renault)'라는 기업명이 회사 로고와 함께 쓰여 있다. 2021년 홍보 게시글 이미지에 사용된 '집게손' 모양으로 남성혐오 논란을 일으킨 카카오뱅크의 이름도 다른 나무블록 표면에 새겨져 있다. 현수막이 걸린 넥슨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자사 게임 캐릭터의 손 모양으로 홍역을 치렀다.
여성의당의 비판을 반박하는 현수막도 바로 밑에 달렸다. 게시자 신원을 알 수 없는 하얀색 현수막에는 '회사에서 결재하지 않은 이미지를 임의로 삽입해 불필요한 갈등을 촉발시켜 손해를 야기한 직원은 성별불문 자르는 게 맞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그런 직원이라면 회사를 다닐 게 아니라 자영업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거친 언사도 있었다. 이 현수막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허가를 받고 게시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프라인의 현수막 공방은 온라인에서 또 한 번 남녀 갈등으로 번졌다. 국내 유명 여성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은 "남자들의 망상이 지나치다" "피해의식이 너무 심해서 정신질환이 의심된다"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왜 개인의 사상을 공적인 일에 표출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