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을 살해한 피의자 A씨가 직장에서 실직한 후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도 경찰이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은평구에서 일어난 이상동기 칼부림 사건의 전조는 6개월 전 실직 이후부터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신고가 여러 번 있었고, 이상 행동이 감지됐으나 방치됐다고 한다"며 "(경찰의) 생활질서계가 이럴 때 응급 입원 대신 상담소 방문을 통해 정신병적 증상을 포착했다면 도검 소지자를 그냥 뒀겠냐"고 짚었다.
A씨는 대기업에 다니다 지난해 말 상사와의 갈등으로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점에 일본도를 구입했고, 지난 1월 경찰로부터 장식용 도검 소지 승인을 받았다.
그는 평소 아파트 단지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도를 들고 다니면서 아파트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에게 "칼싸움을 하자"고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 적도 있다고 한다.
지난 1년 새 A씨와 관련해 접수된 112 신고는 총 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3건은 A씨 본인이 직접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고, 헬스장 등에서 주민과 시비가 붙어 다른 사람이 신고한 건이 2차례였다.
A씨가 그간 이상 증세를 보였다는 여러 정황이 있지만, 정작 본인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범행 당시 나는 멀쩡했고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에 대해서도 "(죄송한 마음이) 없다"고 했다. 마약검사를 거부한 이유를 묻자 "비밀 스파이들 때문에 안 했다"고 알 수 없는 대답을 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0분쯤 은평구 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인 피해자 B(43)씨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범행 직후 도주했으나, 사건 발생 한 시간 뒤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