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수주 맞춰 준공식 앞당겼다 돌연 연기, 국제적 망신

입력
2024.08.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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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관으로 1일 울진서 원전 준공식 
행사 7시간 전 1호기 고장에 전격 연기 
산업부·한수원, 정부부처와 급히 추진    
울진군도 1주 전 연락 받고 '초비상' 걸려 
유럽 각국 대사 초청했다가 되돌려보내 
현장답사 체코 고위직, 빈 땅만 보고 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정부 주관으로 1일 경북 울진군에서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 준공식을 개최하려고 했으나 신한울 1호기의 터빈이 자동 정지되면서 준공식을 돌연 연기했다. 이날 정부는 체코 원전 수주를 기념하고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유럽 각국 대사를 내빈으로 초청했으나, 원전 고장으로 행사가 전격 취소되면서 국제적 망신을 샀다.

1일 한수원과 울진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정부 주관으로 한울원자력본부 대강당에서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 준공식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7시 7분쯤 신한울 원전 1호기의 터빈이 자동 정지되면서 2시간 뒤인 오전 9시쯤 행사 연기가 통보됐다.

한수원은 “안전 계통과 무관한 설비 고장”이라고 밝혔으나 준공식을 연기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가동에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철저한 원인 분석과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행사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교부 초청으로 준공식에 참석하려고 했던 한국 주재 주요국 대사들은 급하게 차를 돌려야 했다. 서울서 울진까지 차량으로 4시간 넘게 걸리고 울진군에는 공항과 KTX 역이 없는 탓에 이른 아침 차량을 이용해 울진으로 향하던 주요국 대사, 대사관 관계자들은 행사 연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유럽국가 대사관 관계자는 “한참 서울을 벗어나 울진으로 달려가는데 (행사 연기) 전화를 받았다”며 “외교부에서 '꼭 참석해달라'고 연락을 해 왔고, 거리가 멀어 다른 중요한 일정도 대거 미뤘는데 갑자기 취소됐다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날 체코 고위직 10여 명도 초청받았는데 준공식 후 당초 신한울 내부를 둘러보려고 했던 현장답사는 취소됐다. 이들은 대신 전망대에 올라 신한울 3·4호기의 빈터만 먼발치서 내려다보고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지난달 우리나라가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원전 산업 수출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높아지자, 정부가 신한울 1·2호기 종합 준공식을 성급히 열었다가 되레 국제적 망신을 샀다는 뒷말이 나온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한수원은 신한울 3·4호기가 첫 삽을 뜨는 오는 10월에 1·2호기 종합 준공식을 함께 열 계획었으나, 최근 급작스레 이날 행사를 추진했다. 결국 원전 고장으로 10월에 개최하는 것으로 다시 일정을 연기했다.

울진군은 1주일 전 한수원 등의 통보를 받고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여름휴가까지 미루고 부랴부랴 행사 준비에 나섰다. 울진군 관계자는 “갑자기 준공식을 준비하느라 직원들이 애를 먹었는데 연기돼 허탈한 심정”이라며 “행여 원전 수주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울진= 김정혜 기자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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