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암살을 당하면서 후임자 인선을 둘러싼 관측도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공습 작전 때문에 공백이 된 자리를 메우는 것인 만큼 누가 후임자가 되든 이스라엘에 더 강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 정치국장 궐위 시 부국장이 자동으로 그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지난 1월 이스라엘이 레바논 베이루트에 있는 하마스 시설을 무인기(드론)로 공격, 부국장 샬레 알아루리가 사망하면서 하니예 뒤를 바로 이을 인사가 없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하마스 소식통은 하니예 후임자 인선에 대해 "우리는 지금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니예 장례식 진행 뒤에는 후임자 논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구심점을 잃은 채 이스라엘에 대응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니예 장례식은 사망지인 이란, 망명지인 카타르에서 2일까지 진행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 전문가 이브라힘 마드훈, 아잠 타미미의 분석을 토대로 "(하마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슈라위원회를 열어 다음 지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미 하마평에는 복수의 인사가 오르내리고 있다. 2017년 정치국장에 오른 하니예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새로운 정치국장이 선출될 예정이었던 만큼 하니예 사망과 별개로 관련 예측이 나오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전 정치국장 칼레드 메샤알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1996년부터 2017년까지 정치국을 이끌었다. 다만 2011년 '아랍의 봄'을 지원하며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과 관계가 틀어졌고 비교적 온건 성향이라 하마스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자지구 전쟁을 이끌고 있는 신와르 역시 차기 정치국장으로 거론된다.
신와르 부관인 칼릴 알하야가 차기 정치국장으로 뽑힐 가능성도 높다. 그는 하니예 최측근이자 하마스 실세로 알려져 있다. 알하야는 이란을 비롯, 중동 내 국가 및 조직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하마스·이스라엘 휴전 협상에도 참여해왔다. 하마스 정치국원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 니자르 아부 라마단 등도 후보군에 있다.
하니예 살해로 하마스 내부 강경파에 힘이 실린 상황이기 때문에 하마스 정치국장은 이스라엘에 보다 강경한 쪽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범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위원회의 수석정책연구원 휴 로바트는 "하마스는 외교와 정치에서 더 벗어날 수 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또 정치국장 인선이 가자지구 전쟁 수행 방식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신와르 등 하마스 가자지구 지도부가 군사 작전에 상당한 자율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