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 가계대출이 지난 한 달간 7조 원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대출 제어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불붙은 주택 매수 심리가 쉽게 꺼지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1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5조7,383억 원으로 한 달간 7조1,66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9조2,266억 원 늘었던 2021년 4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증가폭이 가장 크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월 일시 감소했다가 4월부터 증가 전환했고 증가폭도 4조4,346억 원, 5조1,953억 원, 5조3,740억 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한 달간 주택담보대출(주담대)만 7조5,975억 원이 더 불었다. 7월 말 기준 잔액은 559조7,501억 원이다. 5대 은행이 지난달 1~4회씩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지만 가계대출 제어에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매수 심리가 결정적 원인"이라며 "다음 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하지만 한도 축소 효과가 있을 뿐 가계대출을 잡으려면 결국 매수 심리가 꺾여야 한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DSR 시행이 두 달 연기되며 주담대 막차 수요가 지난달 한꺼번에 몰렸다는 해석도 있다.
효과는 미지수지만 시중은행은 일단 대출금리 상향 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 "7일부터 주담대 0.3%포인트, 전세자금대출 0.1~0.3%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이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이유로 금리를 올린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에는 우리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주담대 금리를 올린다고 발표했고, 전날엔 조금 빌리고 빨리 갚는 사람의 금리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대출(디딤돌·버팀목) 금리가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