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참신한 아이디어, 선한 에너지가 넘치는 놀이터이자 각종 유해 콘텐츠가 도사린 위험한 뒷골목이다. 누군가에게 가장 믿을 만한 뉴스 공급자인 유튜브는 다른 누군가에는 가짜 뉴스가 차고 넘치는 시궁창 취급을 받는다. 억대 연봉을 꿈꾸는 초보 크리에이터에겐 기회의 장이지만 돈에 눈이 먼 사이버 레커에겐 양심도 팔아 치우는 블랙 마켓이 바로 유튜브다.
유익함 뒤에 숨은 유해함, 유튜브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얼굴을 지녔다. 겉으로 정의를 내세우면서 유명인의 약점을 잡고 공갈 협박을 자행한 사이버 레커 사건을 계기로 유튜브와 악성 유튜버의 관계에 시선이 모인다.
악성 유튜버는 유튜브 생태계를 쥐락펴락하는 알고리즘에 기생한다. 알고리즘은 시청자의 관심사를 귀신같이 파악해 관련 영상을 피드에 쏟아 붓고, 시청자는 ‘주는 대로 받아 먹는’ 데 익숙한 나머지 피드 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 새로운 가치를 보지 못한다. 크리에이터는 이처럼 시청자를 무장해제시키는 알고리즘에 올라타려 안간힘을 쓴다. 그래야 조회 수가 늘고 구독자가 늘고 수익이 는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으려면 이슈 선점이 필수다. 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핫한’ 사건일수록 그렇다. 그 이치를 잘 아는 사이버 레커들은 악성 루머든 가짜 뉴스든 자극적인 내용을 잽싸게 퍼 나르고 확대재생산하며 알고리즘을 공략한다.
사이버 레커들이 알고리즘에 기대 ‘활약’하고 성장하는 데는 콘텐츠 내용이 어떻든 조회 수를 올리면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익 구조가 한몫 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더 많은 사용자를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게 목적이므로 콘텐츠 내용은 상관하지 않는다. 유해성을 자체 감지하는 ‘커뮤니티 가이드’가 있으나 완벽하지 않고 알고리즘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유튜브는 나쁜 콘텐츠로 발생한 광고 수익의 일부를 나눠 주고 그보다 훨씬 큰 이득을 챙긴다.
국내 유튜브 이용자 수는 월활성이용자(MAU) 기준 약 4,600만 명으로 세계 15위 수준이지만, 수익 창출 자격을 얻은 채널 수는 10만 개에 달해 인구 대비 세계 1위다. 그만큼 성공을 꿈꾸는 유튜버가 많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분배받는 광고 수익은 줄 수밖에 없다. 구독자 수가 100만 명이 넘는 채널들조차 광고 수익으로는 유지비 충당도 어렵다 보니, 협찬 광고나 공동구매 등 유튜브 밖에서 유튜브 수익원을 찾는다.
수십만 구독자를 확보한 사이버 레커들은 한발 더 나아가 구독자들로부터 직접 후원금을 받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끌려 사이버 레커를 구독하게 된 이들이 더 자극적인 콘텐츠에 후원금을 쏘고, 사이버 레커는 후원금을 더 받기 위해 더 ‘화끈한’ 콘텐츠를 생산한다. 바꿔 말하면, 돈줄을 쥔 구독자가 악성 콘텐츠 생산을 부추기는 셈이다.
사이버 레커 사건 이후 유튜브의 콘텐츠 관리 절차를 시스템으로 감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또 나온다. 현실적으로 자율 규제를 기대하기 어렵고 기존 법령을 통한 규제 역시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플랫폼 규제의 제도화 요구가 매번 공허한 외침으로 끝난 만큼, 믿을 거라곤 이용자의 ‘선한 소비’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악성 유튜버에 대한 시청자의 경계와 감시만이 악성 콘텐츠가 ‘돈’이 된다는 그릇된 믿음을 타파할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