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눔의집이 설명한 후원 목적과 달리 후원금을 사용했다면 후원자들에게 이를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반환소송 대책모임'이 나눔의집을 상대로 제기한 후원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1일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착오를 원인으로 한 이 사건 후원 계약 취소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제기한 후원자는 2017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31회에 걸쳐 나눔의집 계좌로 월 5만 원의 후원금을 납입했다. 나눔의집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활·복지·증언활동을 위한 후원 △역사관 후원 △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 후원으로 나눠 후원계좌를 분류했는데, 이 소송 원고 이모씨는 할머니들의 생활·복지·증언활동을 위한 후원 계좌로 입금했다.
이씨가 소송을 제기한 건 나눔의집 직원들이 2020년 5월 후원금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후원금을 향후 노인 요양 사업에 쓴다는 명분으로 법인 유보금으로 쌓아뒀고, 위안부 피해자 치료비는 본인들이 직접 사비로 내도록 하는 등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후원자들은 대책 모임을 꾸려 후원금 반환 소송을 냈다. 소송 초기에는 23명이 참여했지만, 상고심 단계에 이르러서는 이씨만 남았다.
1·2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후원 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원고를 기망하거나 착오에 빠지게 했다고 볼 수 없고,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후원금 일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됐고, 일부 금액은 추후 지원 활동을 위해 법인계좌에 보관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나눔의집이 표시하고 후원자가 인식했던 후원 계약의 목적과 후원금의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한다"면서 "원고가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후원 계약 체결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법 109조는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를 규정하고 있는데,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을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한다.
대법원은 후원 계약의 목적은 계약 내용에 편입됐고, 그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후원금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될 거라고 본 원고 인식과 대부분 금액이 특정 건물 건립 용도로 법인에 유보돼 있다는 사정이 일치하지 않으니 후원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