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시작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 시 최우선 추진할 과제로 '노동약자 보호'를 뽑았다. 노동계 일각과 야권의 '반(反)노동 인사' 비판에는 과거 노동운동 전력과 개인사를 언급하며 에둘러 부인하면서도, "좋은 노조도 있고 굉장히 우리 사회에 어려움을 끼치는 노조도 있을 수 있다"며 노동계에 견제구를 날렸다.
야당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예고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에 대해서는 "공산주의"라고 평가한 과거 발언과 달리 일부 법안 취지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힘으로 노사관계를 풀어가려고 하면 부작용이 더 많다"며 일방적 법안 처리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 강남구 고용부 서울강남지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 사무실에 처음 출근하는 자리에서 '반노동 인사라는 평가에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반노동이 뭐냐"고 반문했다. 이어 "나는 노조 출신이고 아내도 노조 출신이고 형님과 동생도 노조 출신"이라며 "'반노조다' 이런 말을 하는 분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씀인지 묻고 싶다"고 받아쳤다.
반노동 비판을 받은 대표적 발언인 "불법파업엔 손배(손해배상) 폭탄이 특효약"(2022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에 대해서는 "파업을 하면 손해를 반드시 입게 되고 그 손해에 대해 책임지는 게 마땅하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극우 논란'을 빚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김일성주의자" 발언에 대해서는 "통혁당 주범 신영복을 '가장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라고 하면, 그 사상이 무슨 사상이냐"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2년 가까이 위원장(장관급)을 맡아온 김 후보자는 최우선 정책으로 '노동약자 보호'를 언급했다. 다만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전면 확대에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면 확대를) 하고 싶다. 필요성은 너무나 많고 전 세계적으로 일부 적용만 하는 나라는 없다"면서도 "(과한 규제로) 폐업이 많이 되면 편의점 알바생들은 어디 가서 돈 벌어 생활하겠냐. 약자 보호와 사업 지속이 충돌하고 모순되는 게 많은데 이것을 어떻게 잘 해결해 나갈지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너무 (노조 파업에 대한) 손배소(소송)가 가혹하지 않냐, 노조도 문 닫고 개인도 파산할 정도 아니냐는 가혹한 점도 있을 수 있다"며 "서로 간에 이야기하며 합리적인 것을 합의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경사노위 위원장 취임 직후인 2022년 10월 경총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노란봉투법을 두고 "노동권도 중요하지만 재산권도 중요하다. 소유권을 침해하게 되면 공산주의가 되는 것"이라고 강경 발언을 했던 것과 달리, 법안 취지에 일부 공감한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의 또 다른 핵심 의제인 '사용자 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약자보호만 보고 법을 만들면 전체 헌법 체계, 민법 체계가 흔들리고 기존 노동법과 충돌해서 상당한 혼란을 가져오고 사실상 노동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장관이 되겠다고도 했다. 그는 "대통령과 생각이 다른 점도 상당히 있다"며 "제가 나이가 좀 많기 때문에 '그거 아닌데요. 좀 다른 것 같습니다'라고 대통령께 말씀을 드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1951년생, 윤 대통령은 1960년생이다.
장관 내정이 발표된 전날에 이어 이날도 노동계에서는 김 후보자를 비판하는 성명이 잇따랐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김 후보자는) 반노동을 넘어 노동과 노조에 대한 혐오를 감추지 않는 자"라며 "노동계와 야당과의 관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겠다는 독선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김 후보자가) 경험한 노동은 40년 전 개발독재 시절이 전부이며, 그마저도 30년 이상을 노조 반대편에 서 있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