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과 배변 등 생명을 유지하는 신체 기능에 문제가 없더라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동작을 할 때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면 간병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 정준영)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해등급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 용산구 지역 마트에서 일하던 A씨는 2020년 2월 갑자기 쓰러져 뇌내출혈 진단을 받고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스스로 호흡을 하거나 음식물을 삼키는 것까진 가능했지만, 후유증으로 왼쪽 팔다리가 마비돼 혼자 걷기나 목욕, 탈의, 용변 처리 등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A씨는 공단에 간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A씨의 장해등급을 '급여 미지급' 대상인 3급으로 결정했다. 장해등급 2급에 해당하려면 '생명유지에 필요한 일상생활의 처리 동작에 수시로 다른 사람의 간병을 받아야 하는 상태'여야 하는데, A씨의 신체기능 자체엔 이상이 없다는 이유였다.
재판에서도 '생명유지에 필요한 일상생활의 처리 동작'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공단 측은 '생명유지' 기능 자체에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공단 측 의견을 받아들였다. A씨가 오른손으로 어느 정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전반적인 맥락상 해당 조항은 기본적인 신체기능 자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본 신체기능 작동에 수반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넓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신체기능 자체가 일상생활의 처리동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피고 주장은 수범자에게 불리한 지나친 축소해석"이라고 짚었다.
A씨가 오른손 등을 이용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게 가능하다는 공단 주장에 대해서도 "신체를 지탱해 균형을 잡거나 보행 등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오른쪽 팔다리가 정상 범위에 있다는 사정이 원고의 장해등급을 2급으로 인정하는 것에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물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