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벤처 투자 및 테크업계 관계자와 창업자 200여 명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공개 선언하고 나섰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일부 유명인사들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데 대해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민주당 지지 성향의 실리콘밸리 인사들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VCsForKamala.org'라는 웹사이트에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게시했다. 이들은 "우리는 친기업, 친아메리칸 드림, 친기업가 정신, 친기술 진보를 추구한다"며 "우리는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단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명에는 오랜 민주당 지지자인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공동창업자를 포함해 오픈AI 등에 투자한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VC) 코슬라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 창업자,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였던 마크 큐번,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투자자 중 하나인 론 코웨이 등 다수 유명인사가 이름을 올렸다.
실리콘밸리가 속한 캘리포니아주(州)는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이다. 그러나 이 지역 민주당 지지자들은 최근까지 대선과 관련해 집단적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판세가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울어 있던 데다, 가상화폐 같은 신기술 규제에 적극적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사이 머스크와 VC 앤드리슨호로비츠의 창업자 마크 앤드리슨·벤 호로비츠 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면서 '실리콘밸리가 보수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들은 트럼프 캠프 쪽에 거액을 기부하는가 하면, 자신들과 가까운 JD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적극 추천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후보직 사퇴를 계기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숨죽이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해리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빠르게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지지 성명을 추진한 그래이엄워커의 전무 레슬리 파인자는 머스크 등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이 성명에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짚으며 "그들은 나를 대신하지 않는다. 우리(실리콘밸리 인사) 대부분을 대신하지도 않는다"고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 중 하나인 스타트업 플러스의 최고재무책임자인 스티브 스피너도 "(성명은) '실리콘밸리는 이제 분열됐다'는 이야기를 반박하기 위한 것"이라며 "트럼프 지지자는 테크업계에서 여전히 이질적인 존재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이 1명이라면 해리스를 지지하는 사람은 20명"이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