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됐다 멀쩡하게 돌아온 여자...경찰은 자작극을 의심하는데

입력
2024.08.03 11:00
15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나이트메어'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넷플릭스 바로 보기 | 3부작 | 청소년 관람 불가

20대 중반 애런 퀸과 드니스 허스킨스는 사내 커플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발레이오의 한 주택에서 동거한다. 2015년 3월 어느 날 새벽 퀸과 허스킨스가 잠이 들었을 때 괴한이 집에 침입한다. 허스킨스는 납치돼 어디론가 끌려가고, 퀸은 약물에서 깨어난 후 한참 뒤 경찰에 신고한다. 괴한이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고 신고하면 허스킨스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해서라고 퀸은 주장한다.


①범인은 왜 여자를 데려갔을까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경찰은 퀸이 허스킨스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했다고 판단한다. 관록 있는 사건 기자가 봐도 퀸이 범인이다. 전문가들은 납치된 여성이 24시간이 지나고 행방을 알 수 없으면 살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퀸은 결백을 주장한다. 경찰은 퀸이 그럴싸한 알리바이를 만들었다며 범행에 대해 계속 추궁한다.

반전이 일어난다. 허스킨스가 부모님 집으로 돌아온다. 딱히 다친 곳이 없다. 허스킨스는 범인이 차로 데려다 줬다고 주장한다. 경찰의 수사 방향은 바뀐다. 퀸과 허스킨스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사건을 조작했다고 본다. 공공 인력을 헛된 일에 소모하게 했다며 엄한 처벌에 나서겠다고 밝힌다.

②조작 사기꾼으로 몰린 남녀

사건 발생 무렵 할리우드 영화 ‘나를 찾아줘’(2014)가 나왔다. 허스킨스의 행각이 영화 속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와 비슷하다며 언론은 비난에 합류한다. 퀸과 허스킨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뭇매를 맞는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두 사람은 사회 활동을 하기 힘들 정도의 상황에 처한다. 정말 두 사람은 납치 사건을 조작한 것일까, 조작했다면 그들은 왜 이 소동극을 연출하고 ‘주연’을 자처했을까.

다큐멘터리는 사건의 실체 속으로 한걸음씩 들어간다. 퀸과 허스킨스는 둘도 없이 서로를 사랑하지만 최근 문제가 하나 생겼다. 퀸이 옛 연인과 휴대폰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을 허스킨스가 알게 된 거다.


③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

의문은 여럿이다. 경찰은 물론이고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까지 왜 퀸과 허스킨스를 자작극 범인으로 쉽게 치부한 걸까. 언론이 합세해 연인을 공격하자 주요 단서를 아예 무시한 건 아닐까.

사건 해결은 발레이오에서 멀리 떨어진 소도시 더블린에서 이뤄진다. 경찰은 가택 침입 사건 용의자를 체포해 수사하다가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신참 경찰은 여러 단서를 짜맞추며 용의자의 여죄를 추적한다. 용의자가 성폭력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질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다 퀸과 허스킨스가 겪은 일에 도달한다.

퀸과 허스킨스는 누명을 벗을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범인은 왜 연인을 범죄 대상으로 삼았을까. 퀸의 옛 연인은 사건에 아무 관련이 없을까. 풀리지 않는 의문들 속에 다큐멘터리는 막을 내린다.

뷰+포인트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하다. 사건 발생 당시 영상에 재현 영상이 더해지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경찰의 그릇된 수사 관행, 사건에 대한 편견, 하이에나 같은 언론의 행태가 무고한 사람들을 어떻게 곤경으로 몰아넣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건은 해결됐다고 하나 범인의 엽기적인 행각은 여전히 의문부호를 남긴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범인이 퀸과 허스킨스 집을 침입했을 때 퀸의 옛 연인을 찾았다는 점, 사건 담당 FBI요원이 퀸의 옛 연인과 교제했다는 점 등이 가장 큰 의문부호이다. 다큐멘터리는 이를 빈 칸으로 남겨놓는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6%, 시청자 88%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