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록 내가 꿈꾸던 체조는 아니지만 한 번 더 도전해 보자고 생각했어요."
체조 선수로 올림픽 금메달을 꿈꿨던 아드리아나 루아노(과테말라)가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트랩 부문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루아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트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루아노가 거둔 금메달은 과테말라의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이다. 북중미에 위치한 과테말라는 이 대회 전까지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육상 남자 경보 20㎞ 은메달이 유일한 올림픽 메달이었다.
이날 다섯 발을 제외하고 모두 명중한 루아노는 올림픽 신기록(45점)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주자나 레하크슈테페체코바(슬로바키아)가 작성한 43점이다.
루아노는 우승한 뒤 "내가 금메달을 땄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다시 도전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이 영광을 아버지께 돌리고 싶다"며 "이 메달은 과테말라의 첫 금메달이다. 나의 조국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스포츠는 내 삶의 전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과테말라 여성을 대표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금빛 총성을 울린 루아노는 2011년까지만 해도 기계체조선수였다. 그는 2011 세계 선수권 출전을 준비하던 도중 6개의 척추뼈가 손상됐다. 당시 16세밖에 되지 않았던 루아노는 "더 이상 체조를 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듣게 됐다. 루아노는 "부상당했을 때 좌절했다. 절박해지기 시작했고, 내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루아노는 자신을 치료해 주던 의사의 한마디에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됐다. 의사는 "부상당한 허리를 악화시키지 않고 스포츠를 계속하고 싶으면 사격에 도전해 봐라"라고 조언했다. 그러던 중 2016 리우 올림픽 사격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됐고 사격에 관심을 갖게 됐다.
루아노는 "비록 선수로는 출전할 수 없지만, 자원봉사자로라도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었다. 그때 사격장에서 봉사 업무를 맡은 것이 좋은 계기가 됐다. 체조를 그만둘 때는 절망스러웠지만, 사격이라는 또 다른 문이 열렸다"며 "'체조는 아니지만 사격으로 올림픽에 도전해 보자'라는 마음이 생겼다"고 전했다.
그 이후 2020 도쿄 올림픽에 나선 루아노는 26위에 그쳐 결선에 오르지 못했지만 지난해 팬암 게임에서 우승하며 이번 파리 올림픽을 준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