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발생 한 달 만에 사고 원인을 운전자 차모(68)씨의 운전 미숙으로 결론 내렸다. 차씨는 줄곧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경찰에 따르면 차량 결함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1일 차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차씨는 지난달 1일 밤 9시 26분쯤 시청역 교차로에서 제네시스 차량을 몰고 역주행한 뒤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치고 차 두 대를 연속으로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차씨 부부를 포함해 7명이 부상을 입었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이날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가속 페달(액셀) 및 제동 장치(브레이크)에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고 사고기록장치(EDR) 또한 정상적으로 기록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EDR 기록 분석에 따르면 브레이크는 사고 발생 5.0초 전부터 사고 발생 시(0.0초)까지 작동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DR엔 사고 직전 5초간 액셀과 브레이크 등의 차량 작동 상황이 저장된다. 앞서 차씨는 세 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을 유지했다. 그는 "(웨스틴 조선호텔) 주차장 출구 약 7~8m 전에 이르러 '우두두' 하는 소리와 함께 브레이크가 딱딱해져 밟히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차량 감정 결과를 보여준 뒤에도 그는 "계속해서 난 브레이크를 밟았다"며 "감정 결과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씨가 보행자용 울타리를 들이받을 당시 차량 속도가 시속 107㎞로 '풀액셀' 상태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류 서장은 "액셀 변위량은 최대 99%에서 0%까지로 피의자가 액셀을 밟았다 뗐다를 반복한 것으로 기록됐다"며 "99% 변위량은 풀액셀로, 액셀을 끝까지 밟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친 뒤 BMW 차량을 들이받고 나서야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나왔다고 한다.
경찰은 사고 당시 차씨가 신었던 오른쪽 신발 바닥에서 확인된 정형 문양이 액셀과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도 운전 미숙의 주요 증거 중 하나로 봤다. 또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차씨 차량이 울타리를 충돌한 직후 충격으로 인해 잠시 보조 브레이크등이 깜빡이는 모습이 보였으나 주행 당시 브레이크등은 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차씨가 역주행하다 핸들을 꺾어 인도로 돌진한 건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류 서장은 "차씨가 '인도 옆에 설치된 울타리를 충격하면 속도가 줄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핸들을 꺾었다'고 했다"며 "울타리로 향할 당시 인도에 있던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차씨의 엄벌을 원하고 있다. 류 서장은 "피해자 및 유족과 차씨 사이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원이 차씨 처벌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차씨가 진술 과정에서 유족과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을 보였냐는 질문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시 법원 앞에서 사과했듯 진술 과정에서도 비슷한 취지 발언을 했다"고 답했다. 차씨는 지난달 30일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유족 분과 돌아가신 분들께 너무너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