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출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한동훈 대표에게 당직 인사와 관련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원래 대표가 그러라고 뽑아준 자리"라고 충고했다. 한 대표는 최근 당직 개편 과정에서 친윤석열(친윤)계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거취를 놓고 친윤계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의원은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한 대표가 (정 의장에게) '제발 물러나 주십시오. 물러나시면 제가 임명' 이런 상황 자체가 뭔가 꼬인 것" 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23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한 대표는 최근 당 사무총장과 비서실장 등 주요 당직 인사를 마쳤다.
그러나 원내대표·사무총장과 함께 '당 3역'으로 꼽히는 정책위의장 자리 인선은 보류했다. 정 의장이 임기(1년)를 채우겠다며 버티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3선 의원인 정 의장이 당의 생리를 알 텐데, (새 대표가 취임한) 지금 '물러나라 말아라'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 대표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당직 개편에 관해 "대표가 알아서 하시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다음 날 한 대표 측은 국회 브리핑에서 '당대표에게 임면권이 있는 당직자는 일괄 사퇴를 해주셨으면 한다'는 한 대표의 뜻을 전하며 정 의장을 압박했다.
그런데 이 의원은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텍스트로 옮기면 '그렇지, 당대표가 알아서 하십시오' 이렇게 한 게 아니라, '당대표가 하여간 알아서 해 보십시오' 이런 거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인사권을 존중해서 나온 얘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원래 앞에서 하신 말씀과 뒤에서 하시는 말씀이 많이 다르다"며 "'니 마음대로 하세요'라는 말은 뒤에서 뭔가 꾸민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당대표 시절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선거기간 내내 불화설에 휩싸였다.
이 의원은 한 대표가 주요 현안인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능동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대표는 당대표 출마 당시 제3자가 추천하는 방식의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추경호 원내대표 등 친윤계를 중심으로 당내 반발에 부딪쳐 진척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본인이 채상병 특검을 수정해서 받을 것처럼 이야기했다가 지금은 원내대표한테 '참교육'을 당하고 있다"면서 "도대체 왜 대표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민심을 이기는 힘은 없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구시렁대면 밟고 지나가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