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흔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 중 하나로서 “세상에 수학만 없었다면 지금보다 잘나갔을 것”이라는 푸념을 종종 입에 담는다. 그러면서도 사실은 알고 있다. 현대 사회인에게는 공기나 마찬가지인 수학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잘나가긴커녕 기원전 700년 수준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과학·수학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위니버스’ 운영자 김종성씨와 데이터에 기반해 사회현상을 해석하는 연구자 이택호씨는 책 ‘수학은 알고 있다’를 통해 무질서해 보일지라도 사회 곳곳의 저변에 존재하는 수학적 질서를 보여준다. 이들이 말하는 수학은 교실 안에서의 복잡한 계산식이 아니라 현상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방법론이다. 더위를 식혀 줄 달콤한 수박을 고르는 행위에도 수박의 색상과 모양, 촉감, 소리 등 “측정 가능한 독립변수를 들여다보는” 수학적 사고가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책은 딥러닝과 회귀분석, 예측모델 등 인류에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선사하는 ‘쓸모 있는 수학’을 추려냈다. “사회의 진보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부터 원자력 발전 그리고 팬데믹의 발생까지, 문명과 자연에는 다양한 패턴이 나타난다”는 저자들의 말처럼 수학적 질서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인다. 감염병 예측에 쓰이는 SIR모델을 만든 것도 수학자 윌리엄 커맥과 앤더스 맥켄드릭이었다. 이 모델은 또 미분의 발명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지 못했다.
다만 수학적 사고가 모든 상황에서 완벽한 답을 찾아내지는 않는다고 책은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교훈은 “불확실한 현실과 한계를 인정하고 결점을 보완하는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