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1점' 차드 궁사에 응원 물결… "한국 고마워요"

입력
2024.08.01 08:40
男 양궁 김우진과 대결 마다예
생업 접고 독학으로 대회 준비
"올림픽 정신 보여줬다" 극찬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64강에서 김우진(청주시청)과 대결을 벌인 아프리카 차드 출신 이스라엘 마다예가 대회 출전까지 고군분투한 사연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투혼에 감동한 한국팬들의 응원이 잇따르자 마다예는 "한국,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지난달 31일 마다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날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경기장에서 과녁을 확인하는 사진을 게시하며 한국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 게시글 댓글에는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줘서 정말 감사하다" "당신 덕분에 차드라는 곳을 알게 됐다. 조국이 자랑스러워할 것" "다음 올림픽에서도 다시 볼 수 있길 빈다" 등 한국인들의 응원 메시지가 쇄도했다.

마다예는 지난달 30일 경기에서 김우진을 상대로 0대 6으로 패배하며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경기 도중 두 번째 세트에서 과녁의 하얀색(1점) 부분을 맞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과녁 중앙을 비추는 방송 중계화면 앵글을 벗어나 중계진이 화살 행방을 찾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림픽 정도의 대회에선 보기 힘든 실수였다.

마다예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량을 보인 것은 그의 선수생활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차드는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다. 마다예는 부족한 선수 인프라 탓에 19세 때부터 독학으로만 양궁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 생업인 전기기사 일도 중단했다고 한다.

마다예는 이번 대회가 첫 올림픽 출전이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김우진과 대결한 것은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모두가 올림픽에 나올 수는 없다. 지금까지 성과가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다예의 사연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개헤엄'으로 자유형 100미터를 완주한 적도 기니 출신의 에릭 무삼바니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무삼바니는 국제 규격의 경기장에서 처음 수영을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대회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림픽 팬들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완주를 마친 무삼바니에게 박수를 보냈다.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