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아닌 성공... 한국 수영사에 새 이정표 세운 '황금 세대'

입력
2024.07.3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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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영 최초 올림픽 단체전 결선 진출
입상 실패했지만 역대 최고 성적 6위 기록
평영·접영 200m 준결선 진출도 처음

‘황금 세대’의 합동 레이스가 예상보다 초라한 성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들은 2024 파리 올림픽을 통해 한국 수영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황선우 김우민 양재훈(이상 강원도청) 이호준(제주시청)으로 구성된 한국 수영대표팀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경영 남자 계영 800m 결선에서 7분07초26을 기록, 6위에 자리했다.

기대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다. 이날 결선에 나선 4명의 선수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수영 역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던 멤버다. 당시 7분01초73을 기록해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일본이 작성한 아시아 신기록을 14년 만에 0.53초 단축하기도 했다. 올해 2월 열린 도하 세계선수권에서도 7분01초94로 2위에 올라, 한국에 첫 세계선수권 단체전 메달도 안겼다.

당연히 이번 대회 입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단체전은 물론이고 황선우와 김우민의 주 종목인 자유형 200m와 400m에서도 금메달을 노렸다. 정창훈 대한수영연맹 회장은 “목표는 메달 3개다. 금메달이 한 개 이상은 무조건 나올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회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현재까지 한국 수영은 동메달 1개(자유형 400m 김우민)만을 수확했다. 남은 수영 경기 중 메달을 기대할 만한 레이스도 없다.

그러나 황금 세대의 도전은 실패보다는 성공에 가깝다. 한국은 박태환과 보조를 맞출 선수를 구하기 어려운 탓에 계영팀 꾸리기에도 버거워했던 수영 불모지였다. 3년 전 도쿄 대회에서 이유연 황선우 이호준 김우민이 13위로 터치패드를 찍기 전까지 올림픽 계영 입상은 꿈도 꾸지 못했다.

도쿄 대회 이후 단기간에 급성장한 한국 수영은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이정표를 여럿 세웠다. 김우민의 동메달 획득으로 박태환뿐이었던 메달리스트가 두 명으로 늘었고, 올림픽 최초로 단체전 결선에도 나섰다. 자유형 선수들에게 가려 조명을 받지 못했던 조성재(대전시청)와 김민섭(독도스포츠단)도 한국 수영 역사상 처음으로 평영 200m와 접영 200m 준결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향후 발전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번 대회 한국 수영을 빛낸 선수들 대부분은 20대 초반이다. ‘간판’ 황선우는 “전체적으로 기록이 저조해 당황스럽고 실망스럽다”면서도 “이제 21세다.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고,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도전할 수도 있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우민 역시 “아쉬움을 발판 삼아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