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난 10점 만점에 8점... 축구협회장은 '국민욕받이'"... 자서전 출간

입력
2024.07.31 18:15
21면
"난 상당히 박한 편인데 8점이면 높은 점수"
"어느 종목도 국대 성적에 회장 퇴진 요구 안해"
클린스만 자율적 분위기 대표팀 계승할 유산


올해로 12년째 대한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규 협회장이 자신의 자서전에서 "축구협회장은 '국민욕받이'"라 토로하면서도 자신의 지난 업적에는 "10점 만점에 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줬다.

정 회장은 26일 발행된 자서전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에서 축구협회장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높은 수준의 역량과 도덕성 외 인내심과 참을성을 꼽으며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 주요 대회에서 대표팀이 부진하면 온 국민의 원성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종목도 국가대표팀 성적이 나쁘다고 회장 퇴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며 "이럴 때마다 축구협회장이나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민욕받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누군가 내 임기 도중 이뤄냈던 업적에 대해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는 된다고 대답하고 싶다"며 "나는 점수에 상당히 박한 편이라 내가 8점이라고 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라 자평했다.


"클린스만, 최종 후보 5명 중 1순위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논란으로 가득했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전 감독과 원래 친분이 있었고,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회 현장에서 만나 그가 "한국 대표팀 감독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매우 적극적인 자세여서 나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며 "독일 매체가 나중에 보도한 것처럼 '그냥 농담을 던지는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독일의 대표적 주간 시사잡지 슈피겔은 "클린스만 전 감독이 장난스럽게 물었으나 정 회장이 돌처럼 굳더니 '진심이세요?'라며 되물었다"고 보도했다.

이후 협회는 마이클 뮐러 당시 전력강화위원장을 중심으로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후임 선임 작업을 진행했고, 그렇게 추린 5명의 최종 후보에 클린스만 전 감독이 1순위로 올랐다는 게 정 회장의 주장이다. 정 회장은 "난 후보군의 장단점을 논의하는 내부 회의에서 '레드팀'처럼 각 후보의 약점을 주로 거론했다"면서도 그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무전술? 무규율? 놉!... 자율적 분위기 계승해야"

정 회장은 클린스만 전 감독이 △역대 한국 지도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고 △전 세계 어느 협회장이나 유명 클럽과도 접촉 가능한 셀럽인 데다 △국내 축구계가 가진 '유리천장'을 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빅리거 비중이 높아지는 우리 대표팀 현실에서 선수들 장악력도 기대할 만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패한 뒤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 비난 받은 것에 대해서도 "경기가 끝난 뒤 승장에게 웃으면서 축하 인사를 건네는 것이 그렇게 비난받을 일인가를 한 번 생각해본다"며 "승리팀을 축하해 주는 것과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라 짚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무전술, 무규율 논란에 대해서도 일부 동의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 회장은 "선수들 각자가 생각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도 전술의 3분의 1은 선수들에게 맡긴다는 예를 들었다. 이강인이 자신의 전술적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클린스만 전 감독이 이를 받아들인 것을 더러 '해줘 축구'라 비판하는 것에 대해선 "막내급인 선수가 자유롭게 전술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클린스만이 대표팀 내 구축했던 자율적 분위기의 긍정적 측면은 향후 대표팀이 계승할 만한 유산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