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국민 18% "이민 가겠다"... '마두로 승리', 미국 대선 변수로?

입력
2024.07.31 20:00
대선 결과 불복 시위 격화 속 여론조사
5명 중 1명 "마두로 당선에 이민 고려"
'불법 이민' 쟁점 된 미 대선에도 영향
부정 선거 항의 시위 계속... 11명 사망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3선 성공' 대선 결과에 대한 대중의 불복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대규모 이민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인의 '엑소더스'(대탈출)가 현실화할 경우, '불법 이민' 문제가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미국 대선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 5명 중 1명 "또 마두로? 차라리 나라 떠난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최근 베네수엘라 현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18% 이상은 '마두로의 대선 승리 결과가 바뀌지 않으면 이민을 고려할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앞서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마두로 대통령이 (28일 대선에서) 51.2% 득표율을 기록해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개표 결과를 두고 국민 5명 중 1명꼴로 '차라리 나라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이미 베네수엘라에서는 마두로 대통령 집권 초기인 2014년부터 10년간 약 800만 명이 스페인·페루·브라질·미국 등으로 이주했다. 살인적인 물가상승률과 심각한 경제난 탓이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극도로 악화한 상태인데도, 그가 또 대선에서 이겼다는 선관위 발표에 대중은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연일 거리로 뛰쳐나가 "마두로 퇴진'을 외치고 있다. 이날도 나라 전역에서 '대선 불복' 시위가 이어졌고, 11명이 숨졌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은 이를 '정부 전복' 시도로 간주해 강경 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구금된 시위자도 최소 750명에 달한다.

'온건 이민 정책' 미국 민주당에 더 악재

만약 베네수엘라인의 대규모 이민이 현실화할 경우, 그 불똥은 미국 대선판으로도 튈 공산이 크다. 불과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11월 5일)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이민 정책',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불법 이민 억제' 문제다. CNN은 "지난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체포된 이민자 그룹 중 베네수엘라인이 두 번째로 많았다"며 "체포 건은 26만 건으로, 2020년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이민 고려'라는 베네수엘라 여론조사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미국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과 비교해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이민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CNN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도 마두로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두고 "미 민주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민주당 새 대선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차르'(이민 정책 총괄자)라고 낙인찍은 공화당에서 베네수엘라 대선 이후의 이민 문제를 들어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손성원 기자
위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