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이어져 온 제주 행정체재개편 운명 갈린다

입력
2024.07.31 15:51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위한
주민투표 연내 실시 정부에 건의
“9월까지 행안부 결정 이뤄져야”


제주도가 2026년 지방선거에 맞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의 연내 실시를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향후 정부의 결정에 따라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제주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최종 결실을 맺을지 갈림길에 놓였다.

31일 도에 따르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지위를 유지하면서, 지난 2006년 7월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사라진 ‘자치권을 가진 기초자치단체’를 제주의 특수성을 반영해 부활시킨다는 내용이다. 도는 그동안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 3개 기초자치단체(시)를 설치, 2026년 7월1일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시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도와 제주도의회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의 연내 실시를 행전안전부에 공동 건의했다.

도는 민선 9기에 맞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오는 11월쯤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시행을 위해 정부와 국회 등과의 협의 과정, 특별법 특례 정비, 자치법규 개정 법제심사, 사무·재정·재산·기록물 분배, 청사 배치, 표지판 정비 등 사전 준비에만 1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투표 준비기간이 최소 2개월 정도 필요하다고 계산하면, 행안부가 최소한 9월까지는 도지사에게 주민투표를 요구해줘야 물리적으로 11월에 주민투표가 가능하다. 제주특별법은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도민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주도지사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주민투표 공식 건의와 관련 “도지사에게 집중된 제왕적 권한을 기초자치단체로 분산하겠다”며 “지역이 가진 강점과 특수성을 살린 정책으로 지역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는 행정체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법인격과 자치권이 없는 현 행정시의 한계를 보완해 제주가 한 번 더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3개 기초자치단체(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설치는 행정과 정책 역량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 행정체제는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기초자치단체 4개 시·군(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이 사라지고 단일광역체제(제주도)로 개편되고, 2개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가 도입됐다. 행정시장은 제주지사가 임명한다. 이로 인해 도지사 권한 집중과 행정시의 권한 약화, 풀뿌리 민주주의 퇴행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 그동안 20여년 가까이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이뤄졌지만, 논란만 키우고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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