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투사→극우정치인' 김문수 노동장관 내정… 민주노총 "인사참사" 맹비난

입력
2024.07.31 16:10
김문수, 고용장관 후보자로 지명
3선 국회의원·재선 경기지사 역임
현 정부 들어 경사노위 위원장 맡아
한국노총은 "노정관계 복원 바란다"

31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문수(72)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은 군부 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했다가 민주화 이후 보수 정치인으로 거듭나 3선 국회의원과 재선 경기지사를 지낸 극적 행보로 잘 알려져 있다. 보수 진영 안에서도 극우 성향으로 평가받으며 정치적 색채를 드러냈던 김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 들어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발탁된 데 이어 노동정책 수장으로 지명되자, 노동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는 1951년생으로 경북 영천 출신이다. 경북고 졸업 뒤 1970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1971년과 1974년 두 차례 제적을 당했다. 대학 졸업장은 민주화 이후인 1994년에야 받을 수 있었다.

노동운동 대부→극우 변신, 이념 논란도

김 후보자는 한국 노동운동계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학에서 제적당한 뒤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보조공으로 일했다. 1986년 서울지역 노동운동연합 지도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인천 5·3직선제 개헌 투쟁 주도 혐의로 구속됐다.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1988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이후 김 후보자는 보수 정치인으로 드라마틱한 변화의 길을 걷는다. 보수 정당 소속으로 15~17대 국회의원(부천소사)과 32, 33대 경기지사를 지냈다. 2014년 경기지사 임기를 마친 뒤엔 총선, 서울시장 선거 등에서 거듭 낙선하며 야인 생활을 하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9월 장관급 직책인 경사노위 위원장에 임명됐다.

김 후보자는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을 드러낸 언사로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김일성주의자'라고 비판한 바 있고 태극기부대 집회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는 반대 입장에 섰다. 2018년 서울시장 출마 당시엔 세월호 참사를 '죽음의 굿판'에 빗대 비판을 받았다.

민주노총 '반노동 인사참사'

양대 노총은 김 후보자 지명에 온도 차가 느껴지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반노동 인사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노동정책 후퇴를 밀어붙이고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몰살할 작정"이라며 "김문수를 앞세운 노동개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 후보자를 향해서는 '노동권 파괴에 혈안이 된 자' '상스러운 노동인식을 지닌 자'라고 혹평했다.

경사노위에서 김 위원장과 소통 테이블에 앉았던 한국노총은 후보자에 대한 비판 대신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우리 사회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노동자 고용안정과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했다"며 "김문수 신임 장관은 노동계를 진정한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고 무너진 노정관계의 복원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장관 임명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과 이념 문제, 노동관에 대한 집중 검증을 벼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재의요구(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노란봉투법, 노동 유연성을 확대하는 임금체계 개편, 산업구조 전환 등 해법을 내놔야 할 정책적 난제도 수두룩하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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