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4000㎞ 날아와 5초 만에 탈락…참가에 의의 둔 올림피언들

입력
2024.07.31 16:27
오세아니아 작은 섬나라에서 온 티브와
수리남 배드민턴 국가대표 오프티
간신히 꼴찌 면한 난민 대표팀 발시니

흔히 올림픽은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참가에만 의의를 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참가에 의의를 둔 진정한 올림피언들이 화제다.

먼저 오세아니아 섬나라 키리바시에서 온 유도 국가대표 네라 티브와가 대표적이다. 티브와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유도 여자 57㎏급 1회전에서 다리야 빌로디드(우크라이나)에게 한판패 당했다. 경기 시작 신호가 나오고 경기가 끝나는 데까지 5초도 걸리지 않았다.

티브와의 고향은 13만 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이다. 티브와는 파리 올림픽을 위해 비행기 환승을 해가며 무려 1만4,000km를 날아왔다. 하지만 이틀 이상 힘들게 이동한 시간이 무색하게 파리에서의 여정은 너무 짧았다. 그래도 티브와는 이번 대회 선수단 기수를 맡는 등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올해 15세가 된 그는 이번 대회 유도 선수 가운데 가장 어리다.

남미의 작은 나라 수리남의 배드민턴 국가대표 소렌 오프티도 7,000km 이상 먼 거리를 날아왔지만 스위치(중국)에게 0-2(5-21 7-21)로 완패했다. 그럼에도 그는 "비록 중국 선수를 상대로 패배했지만, 몇 개의 좋은 점수를 따내서 다행"이라며 "개회식에서 르브론 제임스, 스테픈 커리와 같은 대스타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즐거워했다.

오프티는 이번 대회가 두 번째 올림픽이다. 2016 리우 올림픽 당시 세계 랭킹 1위 리총웨이(말레이시아)를 만나 2세트 동안 단 5점만을 얻고 패했다. 심지어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인 조바니 토티(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는 무릎을 다쳐 기권해야 했다.

올림픽 참가에 의의를 둔 선수는 또 있었다. 이란 출신인 난민 대표팀 마틴 발시니는 수영 남자 접영 200m에 참가했으나 출전 선수 28명 중 27위를 기록하며 예선 탈락(2분00초73)했다. 간신히 꼴찌를 면한 발시니는 28위 제럴드 헤르난데스(니카라과)와 함께 유일하게 2분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2022년 영국으로 망명 절차를 밟은 발시니는 망명을 하는 7개월 동안 전혀 훈련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네덜란드는 올림픽 입상 가능성이 없는 선수는 출전하지 못하도록 했다. 네덜란드 올림픽 위원회는 남자 골프 선수 요스트 라위턴과 다리우스 판드리엘이 메달권에 들 확률이 떨어지자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했다. 두 선수는 국제골프연맹이 정한 출전 요건(세계 랭킹 60위 이내)을 갖췄음에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됐고, 결국 이들은 네덜란드 올림픽 위원회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벌였다. 라위턴은 법적 소송에서 승리했지만,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들을 제외하고 출전 명단을 확정 지어 결국 올림픽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최이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