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법 무시 ②성과 無 ③남 탓... 처음 경험하는 최악의 국회

입력
2024.07.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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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법 위반의 일상화
②0에 수렴하는 생산성
③여론전에만 치중
④자성 없이 상대 공격만


'만성적으로 법을 어기고, 성과는 못 내면서, 여론전만 펼치고, 상대 공격에 열중하는 곳.'

30일로 개원 두 달을 맞은 22대 국회의 민낯이다. 올해 국회에 투입하는 혈세는 7,677억 원. 정치권 스스로 "민간기업이면 벌써 망했을 것"이라고 자평할 정도다. 민의를 반영하기는커녕 사회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최악의 국회다.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봤다.

①법 위반이 일상화됐다. 2021년 도입된 '일하는 국회법'에 따라 운영위 정보위 여가위를 제외한 나머지 국회 상임위는 매월 3회 이상 법률심사 소위원회를 개최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상임위는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법 적용을 받는 14개 상임위 가운데 7월 한 달간 소위원회를 3번 이상 연 곳은 환경노동위가 유일했다. 보건복지위·국토교통위가 각 1회씩 소위를 열었지만 기준 미달이다. 이외에 법제사법위 정무위 기획재정위 교육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외교통일위 국방위 행정안전위 문화체육관광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산업통상자원위는 소위를 아예 한 번도 열지 않았다. 국회가 법을 무시하고 있다.

여야 대립으로 소위원회를 아직 구성하지 못한 상임위도 허다하다. 기재위 운영위 외통위 국방위 행안위 5곳이 해당된다. 여야가 서로 알짜 소위를 챙기려고 기싸움을 벌인 결과다. 가령 기재위는 세제를 다루는 조세소위 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투는 바람에 소위 구성이 하세월이다. 그 결과 지난 25일 정부가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은 갈 곳 없이 표류하고 있다.

②생산성은 '0' 에 가깝다. 여야 의원들은 개원 이후 법률안을 2,370건 쏟아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 심사를 거쳐 처리된 법안은 1.73%인 41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다수는 철회되거나 다른 법안에 병합됐고 온전히 본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은 0.21%(5건)에 그쳤다. 이 5건도 실질적 의미는 없다. 채 상병 특검법과 방송4법인데, 야당이 일방 처리한 법안들이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이미 행사했거나 행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③국회 본업인 상임위 활동은 뒷전이고 오로지 여론전에 치중했다. 22대 국회 들어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여야 정치인들의 기자회견은 418건으로, 하루 평균 6.7회에 달한다. 여야가 민생을 위해 법안을 만들고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각자 마이크를 잡고 여론을 향해 자신들의 정당성만 강변한 셈이다.

④그럼에도 자성보다는 상대 공격에 적극적이다. 여야는 상대 진영을 겨냥해 벌써 5건의 국회의원 징계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국회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도 낼 방침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4년간 발의된 의원 징계안은 53건이었다. 국회의원 임기는 30일 기준 고작 4% 지났는데 징계안 숫자는 21대 국회 전체의 10%에 육박한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윤 대통령 탄핵 등 외적 변수에만 기대..."정치 복원" 주문

답답한 상황은 언제 끝날까.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적어도 올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재판 결과에 따른 정치권의 파장이 잦아들 때까지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주당 역시 윤 대통령 탄핵을 비롯한 변곡점을 기대하면서 그 전까지는 타협할 기색이 아니다. 여야 모두 극단의 상황을 기대하는 무책임한 모습이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이처럼 외부 변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정치 복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정치권 갈등의 가장 큰 축인 채 상병·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나 방송4법은 모두 2022년 대선의 연장전 성격이 짙은 의제"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에 끌려다니지 말고 집권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은 정부 견제에 머물 것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된 민생·경제 해법 제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택 기자
박선윤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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