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평원, 더 엄격해진 '인증 평가'… 의대·교육부 "불인증 우려, 혼란 커져"

입력
2024.07.30 18:00
의평원, 30일 주요변화평가 계획 설명회
"구체적 계획 제시해 국민 우려 불식해야"
의대 "현실적 계획 어려워 혼란 가중될 것"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내년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나는 대학들을 대상으로 향후 6년간 매년 주요변화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평가 기준도 한층 엄격해진다. 대학들은 "오히려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국 의대 평가인증기관인 의평원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24년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주요변화평가 계획(안) 설명회'를 열었다. 주요변화평가는 2025학년도 입학 정원이 전년보다 10% 이상 늘어나는 등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화'가 생긴 30개 의대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지난 의평원 정기 평가에서 인증을 받았더라도 이번 주요변화평가를 통해 인증이 번복될 수 있다.

의평원 "학생·교원 확보 따른 구체적 계획 제시해야"

이날 의평원 발표에 따르면, 평가 대상인 의대들은 주요변화평가 계획에 △학생 수 △교원·직원 수 △시설 확보 △교육병원 △재정 확보 등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예컨대 50명이던 학생 정원을 100명으로 늘리는 의대라면 교원 추가 확보 계획을 세우면서 '기존 16, 17명씩 3개조를 20명 5개조로 늘려 진행하겠다' '사체해부 실습과 조직 실습은 분반으로 나누겠다' 등 세부 대책을 적어야 한다. 실습 교육 병원 추가 확보나 재정 확보 방안 역시 구체적 계획을 기반으로 제시해야 한다.

앞서 의평원이 기존 15개 항목이었던 주요변화평가 기준을 51개로 확대하자 의대 측에선 "부담이 가중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안덕선 의평원장은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우려가 큰 상황에서 각 대학이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한들, 국민 의문이 쉽게 해소되긴 어려울 거라고 본다"며 "교수는 어떻게 확보하고 교육시설과 재정은 어떻게 확충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우려를 불식하는 게 의평원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의대 "현실적 계획 수립 한계" "정부가 계획 세워야"

의대 관계자들은 현실성 있는 주요변화평가 계획 수립에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충남 순천향대 의대 관계자는 "2년마다 이뤄지는 정기평가의 92개 기준과 주요변화평가의 51개 기준이 적지 않게 겹치는 와중에 정기평가는 과거 실적을 위주로, 주요변화평가는 향후 계획을 위주로 적어야 하니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북 원광대 의대 관계자는 "의대에서 교육 병원이나 교원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주요변화평가 계획을 세우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이행이 불가능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교원을 어떻게 추가 확보할 것인지, 병상을 가진 대규모 병원을 어떻게 운영할지 논의를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의평원은 오는 11월 30일까지 각 의대로부터 주요변화계획서를 접수한다. 이후 최소 10개의 방문평가단을 구성해 12월부터 주요변화평가를 진행한다. 결과 통보는 내년 2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날 "의대들이 의평원 평가 항목의 과도한 확대에 부담을 느끼고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평가에 반영할 수 없는 점을 우려하는 데에 공감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대학 의견을 바탕으로 (의평원의) 주요변화평가 계획을 심의해 결과에 따라 이행권고 또는 보완지시를 할 예정"이라며 개입 의사를 밝혔다.

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