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임금 22% 파격 인상"… 영국 정부, 공공의료 회복 '첫 단추'

입력
2024.07.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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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노동당 정부, 'NHS 회복' 수순 시동
기초교육 시작 전공의 기본급 6500만 원
인력·투자 부족 해소, 의료 질 개선 목표
1.8조 원 비용 추가... 재정난 악화 우려도

영국 노동당 정부가 잉글랜드 공공의료 전공의에게 "2년간 임금 22.3%를 인상하겠다"는 '파격 제안'을 했다. 이는 이전 보수당 정부의 공공의료 부문 예산 삭감으로 의료진 처우 악화, 이탈 및 파업이 발생하면서 영국의 자랑이었던 공공의료체계 국민보건서비스(NHS)가 망가지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다. 다만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임금 인상 요구가 이어질 경우 예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당 정부, 출범 직후 협상 돌입해 빠른 합의

29일(현지시간) 영국 정부 발표 및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정부와 영국 의사노동조합 중 하나인 영국의학협회(BMA)의 전공의위원회 대표단은 '잉글랜드 공공의료 전공의 임금을 2년간 약 22.3% 인상한다'는 안에 합의했다. 이 방안대로라면 NHS에서 기초교육을 시작하는 전공의 기본급은 연간 약 3만2,400파운드(약 5,766만 원)에서 3만6,600파운드(약 6,513만 원)로 오르게 된다.

양측은 이달 초 노동당 정부 출범 직후부터 약 3주간 협의를 거쳐 이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합의안은 약 5만 명의 전공의 투표를 거쳐야 최종 확정되지만,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현지 언론은 전망했다.


정부 "망가진 NHS 고칠 수 있는 기회"

이러한 제안은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진 전공의들의 쟁의행위를 빠르게 마무리 짓기 위해 나왔다. 전공의들은 "2008년 이후 전공의 임금 상승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실질적으로는 임금이 26% 삭감되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35%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전임 보수당 정부는 줄곧 한 자릿수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고, 전공의들은 15개월 동안 11차례 걸쳐 파업을 벌이며 대립했다. 이로 인해 약 150만 건의 NHS 예약이 취소 또는 변경됐고, 약 17억 파운드(약 3조251억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올해 1월 발생한 6일간의 파업은 NHS 창립(1948년) 이래 최장 기간으로 기록됐다.

신임 노동당 정부의 제안은 NHS 회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기도 하다. 인력 및 투자 부족으로 인해 의료 품질이 저하되는 상황, 특히 환자 대기 시간이 크게 늘어난 점은 현 정부가 출범하며 해결해야 할 과제 1순위로 꼽혔다. 5월 말 기준 NHS 대기자는 760만 명에 달했다. 웨스 스트리팅 보건사회부 장관은 이날 정부 제안에 대해 "(의정)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것이자 망가진 NHS를 고칠 수 있는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른 그룹도 인상 요구한다면..." 재정 부담 우려도

그러나 재정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레이철 리브스 재무부 장관은 29일 의회에서 '보수당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재정상 구멍이 약 220억 파운드(약 39조1,589억 원)에 달한다'며 대규모 지출 삭감을 예고했다. 이날 협상에 따른 추가 비용은 약 10억 파운드(약 1조8,000억 원)로 추정된다. 공공부문 다른 의료진은 물론 다른 분야에서의 임금 인상 기대 심리를 자극할 소지도 있다.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의 벤 자란코 수석연구경제학자는 "다른 인력 그룹이 이를 따라 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고 FT에 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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