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 정부가 잉글랜드 공공의료 전공의에게 "2년간 임금 22.3%를 인상하겠다"는 '파격 제안'을 했다. 이는 이전 보수당 정부의 공공의료 부문 예산 삭감으로 의료진 처우 악화, 이탈 및 파업이 발생하면서 영국의 자랑이었던 공공의료체계 국민보건서비스(NHS)가 망가지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다. 다만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임금 인상 요구가 이어질 경우 예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정부 발표 및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정부와 영국 의사노동조합 중 하나인 영국의학협회(BMA)의 전공의위원회 대표단은 '잉글랜드 공공의료 전공의 임금을 2년간 약 22.3% 인상한다'는 안에 합의했다. 이 방안대로라면 NHS에서 기초교육을 시작하는 전공의 기본급은 연간 약 3만2,400파운드(약 5,766만 원)에서 3만6,600파운드(약 6,513만 원)로 오르게 된다.
양측은 이달 초 노동당 정부 출범 직후부터 약 3주간 협의를 거쳐 이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합의안은 약 5만 명의 전공의 투표를 거쳐야 최종 확정되지만,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현지 언론은 전망했다.
이러한 제안은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진 전공의들의 쟁의행위를 빠르게 마무리 짓기 위해 나왔다. 전공의들은 "2008년 이후 전공의 임금 상승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실질적으로는 임금이 26% 삭감되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35%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전임 보수당 정부는 줄곧 한 자릿수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고, 전공의들은 15개월 동안 11차례 걸쳐 파업을 벌이며 대립했다. 이로 인해 약 150만 건의 NHS 예약이 취소 또는 변경됐고, 약 17억 파운드(약 3조251억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올해 1월 발생한 6일간의 파업은 NHS 창립(1948년) 이래 최장 기간으로 기록됐다.
신임 노동당 정부의 제안은 NHS 회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기도 하다. 인력 및 투자 부족으로 인해 의료 품질이 저하되는 상황, 특히 환자 대기 시간이 크게 늘어난 점은 현 정부가 출범하며 해결해야 할 과제 1순위로 꼽혔다. 5월 말 기준 NHS 대기자는 760만 명에 달했다. 웨스 스트리팅 보건사회부 장관은 이날 정부 제안에 대해 "(의정)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것이자 망가진 NHS를 고칠 수 있는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재정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레이철 리브스 재무부 장관은 29일 의회에서 '보수당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재정상 구멍이 약 220억 파운드(약 39조1,589억 원)에 달한다'며 대규모 지출 삭감을 예고했다. 이날 협상에 따른 추가 비용은 약 10억 파운드(약 1조8,000억 원)로 추정된다. 공공부문 다른 의료진은 물론 다른 분야에서의 임금 인상 기대 심리를 자극할 소지도 있다.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의 벤 자란코 수석연구경제학자는 "다른 인력 그룹이 이를 따라 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고 FT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