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번한 판결문 경정, 사법부 신뢰 훼손한다

입력
2024.07.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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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파기 환송 판결이 하급심에서 뒤집힌 희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군부대 내 폭행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형법을 적용해 파기 환송했는데, 원심인 고등군사법원은 '군형법이 맞다'고 원래대로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결국 고등군사법원의 판결을 수용했으나 대법원의 권위에 큰 먹칠을 하게 됐다.

대법원 판결은 기본적으로 소부(小部)라도 4인의 대법관이 판단하는데, 그 과정에서 재판연구관들이 꼼꼼하게 검토하고 확인한다. 탄원서도 살펴보고, 대법관이 참관하는 '연구관 토론회'까지 거치기도 한다. 그만큼 대법원 판결은 신중을 기해 도출되는데도, 실수가 나온 것이다. 학술논문 같은 다른 글과 달리 판결문은 제3자나 당사자의 사전 검증절차 없이 세상에 나온다. 이는 판사에게 막중한 권위와 권한을 부여한 결과다.

얼마 전 공개된 법원행정처의 '최근 5년(2019~2023년) 민형사 판결 경정 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민사 판결의 경우 매년 약 4,000여 건의 판결 경정 신청이 접수됐고, 이 중 약 70%가 받아들여졌다. '경정(更正)'이란 재판부가 판결 이후 계산이나 표현 오류 등을 고치는 행위인데, 사소한 오탈자 외에 재판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중대 오류가 판결문에 담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위 통계는 법원이 직권 경정하는 경우를 제외한 숫자로, 실제 판결문 오류는 훨씬 많다.

최근 세간의 화제였던 모 그룹 회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도 경정 논란이 일었다. 재판부가 양측 재산분할의 핵심 논거로 삼았던 주식 지분 가치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가 발견돼, 원고 측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직권 경정을 통해 판결문을 수정하면서 설명자료까지 만들어 해명했다. 보통 경정의 경우 설명자료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데, 4페이지짜리 설명자료를 통해 경정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한 것 자체가 단순 오기가 아님을 재판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해당 재판부는 "(경정 부분이) 재산분할비율 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판사가 왜 설명자료로 말하나'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경정된 판단과 설명자료에 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원고 측이 발견한 것이다. 이 사건은 '경정 불복 재항고'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사법부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더 의문인 것은 고법 합의시스템의 작동 여부다. 3명의 전문 법관이 합의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검증했다면 나오기 힘든 오류이기 때문이다. 조 단위 재산분할 재판에서마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건들은 어떨지 우려된다.

글자 한 자의 무게가 어떤 글보다 무거운 판결문이기에, 사소한 오류조차 없도록 시스템이 보완되어야 한다. 조희대 사법부의 제1차 과제는 물론 신속한 재판이지만, 2차 과제는 경정 없는 깔끔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대법원에 신뢰를 보내며, 보다 나은 서비스를 기대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