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 텐, 텐, 텐, 텐, 텐'
세 번의 도전 끝에 꿈의 올림픽 무대에 첫 출전한 이우석(코오롱)이 프랑스와의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흔들림 없이 6발을 모두 10점 과녁에 꽂아 넣으며 남자 양궁 대표팀의 3연패를 이끌었다.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유독 올림픽과 연이 없던 그가 일궈낸 짜릿한 결과였다. 함께 울고 웃었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경기에 임했다던 그는 다가올 개인전 경기에서 2연패를 노린다.
이우석은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예천군청)과 함께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프랑스를 5-1(57-57 59-58 59-56)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 런던,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은 3연패의 순간이었다. 일본과의 8강, 중국과의 4강전에서 9점과 10점을 쏘며 차근차근 기량을 끌어올린 이우석은 대망의 결승에서 6발 모두 10점에 명중시키며 신들린 궁술을 선보였다.
이 메달로 이우석은 시원한 한풀이에 성공했다. 이우석보다 다섯 살 형인 김우진과 일곱 살 동생인 김제덕은 지난 도쿄 대회에서도 금메달 멤버로 활약한 바 있지만, 이우석은 많은 메달을 목에 걸었던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 때와 달리 올림픽 티켓을 잡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양궁은 선발전에서 최종 3위까지 출전권을 얻는데, 이우석은 2016 리우 올림픽 평가전에서 4위를 기록해 아쉽게 기회를 놓쳤다. 2020 도쿄 올림픽 때는 당당히 대표팀에 승선했지만,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밀리면서 선발전을 다시 치르게 됐고 이때 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우석은 기구했던 지난날에 대해 "사람 일이라는 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고, 사람마다 시기가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머니가 지난 올림픽 선발전에서 떨어지는 것을 바로 옆에서 보시고 많이 우셨다. (이번 대회) 결승전 마지막 한 발을 쏠 때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이우석은 31일 개인전 경기를 위해 심기일전한다. 선전을 이어가다 보면 맏형 김우진과 4강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김우진과 이우석은 과거 기구한 운명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이우석은 국군체육부대(상무) 이등병 신분이었는데, 이때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은메달에 그치며 조기 전역 기회를 놓쳤다. 이때 개인전 상대가 김우진이었다. 당시 김우진은 승리 후 "(이우석의) 병역 문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고, 이우석은 "군대는 나쁜 곳이 아니다"라며 웃어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이우석은 만기 전역했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를 거머쥐며 숙원을 풀었다.
그는 개인전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김우진 선수와 4강에서 붙을 수 있도록 열심히 올라가겠다"며 "(나는) 봐주지 않겠다. 한국 양궁이 그렇지 않냐"고 농담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