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 성능의 차세대 그래픽 D램(GDDR7)을 3분기(7~9월)에 양산한다고 30일 밝혔다. GDDR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은 고성능 칩으로 하반기 GDDR 시장을 두고 D램 3사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양산하는 신제품은 초당 32기가비트(Gb)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사양을 갖췄다. 기존 제품(GDDR6)보다 동작 속도가 1.6배 빨라졌는데 프리미엄급 그래픽 카드에 쓰면 초당 최대 1.5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풀HD급 영화(5GB) 300편을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40Gbps까지 속도가 높아진다. 회사가 '세계 최고 성능'이라고 자랑한 배경이다. 지난해 7월 세계 첫 GDDR7 개발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올해 최대 속도 37Gbps를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새 패키징 기술을 도입해 이전 제품보다 전력 효율도 50% 이상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GDDR은 일반 D램보다 데이터 전송을 위한 채널이 많고 높은 대역 폭을 가진 초고속 D램이다. 3-5-5X-6-7로 세대가 발전해 최신 버전일수록 빠른 속도와 높은 전력 효율성을 갖는다. 엔비디아와 AMD 등이 내놓는 그래픽 카드에 들어가고 이렇게 만든 그래픽 카드가 다시 노트북, 게임 전용기기(콘솔) 등에 담겨 고사양 그래픽 콘텐츠를 처리한다. 최근에는 그래픽 카드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자율주행, 고성능 컴퓨팅 등에 쓰이면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반도체 업계는 미들·로우엔드 AI 서버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그래픽 처리에 특화된 성능과 빠른 속도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GDDR에 대한 글로벌 AI 고객들의 관심이 매우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GDDR의 최대 고객사는 AI 반도체 '큰손'인 엔비디아로 이제까지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GDDR6X를 썼다. GDDR6X는 엔비디아가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규격인 GDDR6의 성능이 미흡하다고 여겨 마이크론과 합작해 만든 독자 규격이다. 한데 올해 3월 JEDEC이 이보다 성능을 높인 GDDR7의 표준 사양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엔비디아에 GDDR7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업계는 엔비디아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앞서 삼성전자는 2023년 7월 업계 최초로 GDDR7 D램 개발에 성공했고 연내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론도 지난해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본격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