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 속 여름휴가는 여행보다 쉼에 방점이 찍힌다. 땡볕에 시달린 후에는 에어컨 바람 시원한 실내가 제격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잠시 태양을 피할 수 있는 인문학이 있는 전시관을 8월 추천 여행지로 선정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우리옛돌박물관’은 2015년 개관한 세계 유일의 석조유물 전문박물관이다. 국내외로 흩어진 한국 석조유물 1,25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2001년 일본으로부터 환수한 70여 점을 비롯해 문인석, 장군석, 동자석, 벅수, 석탑, 부도, 석호, 불상, 망주석, 돌하르방 등 한국인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을 주제에 따라 전시하고 있다. 오랜 세월 우리 삶과 함께한 돌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사람의 이야기를 살필 수 있다.
만해 한용운의 얼이 서린 심우장, 월북 소설가 이태준 고택인 수연산방이 인근에 있다. 수연산방은 한국식 정원이 아름다운 전통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속초 국립산악박물관은 산림청이 설립한 국내 유일의 산악전문 박물관이다. 등반 역사와 문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전시하고 있고, 간접적으로 등반 체험도 할 수 있다. 4층 하늘정원에서는 대청봉과 미시령, 신선봉까지 수려한 설악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3층 전시실에는 등반의 역사와 국내 등반가에 관한 이야기를 전시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제작한 스토브, 2011년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하고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등정한 이탈리아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에게 수여한 황금 피켈(빙벽 도끼)이 눈길을 끈다.
2층 고산 체험실에서는 해발 3,000m와 5,000m 고산 환경을, 산악자율체험실에서는 클라이밍 경기 중 하나인 볼더링을 체험할 수 있다. 실향민 문화를 살필 수 있는 속초시립박물관, 부엉이 박물관인 해피아울하우스, 전시 공간까지 작품인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이 반경 3㎞ 이내에 있다.
교과서 변천사를 통해 우리 교육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국내 유일의 ‘교과서박물관’이다. 서당에서 사용하던 서적부터 개화기, 일제강점기, 미군정기, 1~7차 교육과정기까지 교과서를 두루 전시하고 있다.
그 시절 교과서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학창 시절도 떠올리게 된다. 4개 전시관 중 교과서전시관에서는 월인천강지곡 영인본, 동몽선습, 소학언해 등 조선시대 서적부터 북한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교과서도 볼 수 있다. ‘추억의 교실’은 1960년대 교실 풍경을 재현했다. 2층 기획전시실에선 9월 30일까지 ‘학교종이 땡땡땡’ ‘삽화여행, 교과서를 그리다’ 등의 주제 전시가 열린다. 약 10㎞ 떨어진 곳에 2023년 개관한 세종 국립어린이박물관이 있다.
차가운 쇳덩이가 예술을 입었다. 환호공원에 자리한 포항시립미술관은 세계에 하나뿐인 스틸아트 미술관이다. 단단하다고 생각했던 강철이 부드럽게 휘어지고, 차갑게 느꼈던 쇳덩이가 실과 빛을 더해 따스하게 다가온다. 춤추듯 자유롭고, 화려한 색상을 입힌 작품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든다.
야외조각공원엔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 21점이 자리 잡고 있다. 발길은 자연스럽게 포항의 명물인 스페이스워크로 이어진다. 체험형 놀이기구이자 스틸아트의 백미다. 롤러코스터처럼 휘어진 동선을 따라 올라가면 영일대해수욕장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수욕장 주변에도 수준 높은 철제 조각품이 다수 전시돼 있다.
‘뿌리깊은나무’는 1970, 80년대에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를 선언하고 한국 토박이 문화에 주목한 잡지다. 순천시립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이 잡지 발행인 한창기의 수집품 6,500여 점을 전시·보존하고 있다.
한창기실은 그의 집무실을 재현하고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 ‘민중자서전’ 등의 잡지와 책을 전시하고 있다. 창간호를 비롯해 잡지의 표지 사진 하나하나가 뭉클하게 다가온다. 기사는 키오스크에서 검색해 읽을 수 있다.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은 한창기의 수집품을 전시하는데 헌종의 어머니 신정왕후의 한글 편지가 눈길을 끈다. 박물관 바로 옆은 조선시대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낙안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