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가사도 외웠는데... LA에선 꼭 부를 것"... 모두가 예상하는 金 유망주 허미미

입력
2024.07.3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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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미, 57㎏급 결승서 반칙패... 은메달
2021년 일본서 귀화해 이듬해 태극마크
아쉬운 패배에도 의연... "다음에 더 잘할 것"
"아직 어려 기회 많아... 금메달 딸 것" 기대

"다음 올림픽에서는 나이를 먹었을 테니 체력이 더 좋을 것 같아,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다."

재일동포 허미미(경북체육회)가 한국 선수로 출전한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혜성같이 한국 유도계에 등장한 '복덩이' 허미미가 8년 만에 한국 유도 메달을 추가한 순간이었다. 금메달을 목전에서 놓쳐 아쉬움이 남지만, 한국에 온 지 3년 남짓에 나이도 22세로 어린 허미미가 4년 뒤인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라면 금메달을 사냥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아쉬운 은메달에도 "다음에 더 잘할 것" 의연

허미미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57㎏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이자 일본계 캐나다 선수인 크리스타 데구치를 만나 골든스코어(연장)를 포함해 6분 35초의 접전 끝에 반칙패를 당해 2위에 머물렀다. 패인은 연장 2분 35초, 두 선수 모두 지도 2개를 받은 상태에서 허미미가 메치기를 시도하던 중 위장 공격 판정을 받은 것이었다. 위장 공격이란 실제 공격 의도가 없으면서도 있는 것처럼 꾸미는 행위로, 지도 대상이다. 해당 판정으로 지도 3개가 누적된 허미미는 패배했다.

아쉬운 은메달이었지만 김미정 감독과 허미미 모두 좌절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허미미의 결승 진출부터 예상 밖이었다.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인 허미미는 2002년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2021년에야 한국에 왔다. 유도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실력이었지만, 할머니의 유언을 따라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 국가대표식 훈련을 받은 지 몇 해 되지 않았는데,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것 자체가 놀라운 성과다. 게다가 결승까지 오는 동안 천적 엥흘리렌 라브바토구(몽골)와 금메달리스트 출신 라파엘라 시우바(브라질)를 꺾는 경험도 쌓았다.

김 감독은 "시작 전부터 여자 유도는 동메달 1, 2개를 예상했는데, 미미가 선전해 결승까지 진출했다"며 "마지막 지도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보지만, 사실 (위장 공격 지도를) 받을 만한 빌미를 줬다는 것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허미미 역시 "위장 공격일 줄 몰랐는데, 경기의 일부니 어쩔 수 없다. 다음에는 그런 것을 잘 생각하고 유도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2028 LA 올림픽서 금맥 뚫을까... 기대 ↑

벌써부터 허미미를 두고 2028 LA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 거란 기대가 나온다. 그러면 1996년 이후 30년 넘게 막힌 여자 유도 '금맥'을 뚫을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아직 어리고, 앞으로 올림픽을 뛸 기회가 많다. 충분히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일본에서 살다가 한국에 와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 잘 따라와주는 허미미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더 성장해, 소원대로 올림픽 금메달을 땄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허미미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애국가 가사를 외웠는데 못 불러서 아쉽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부르고 싶다"면서 돌아가신 할머니에게는 "계속 더 노력하는 유도선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오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