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주요국 국민 가운데 실제보다 경제 상황을 가장 비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1~5월까지 34개국 성인 4만56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현재 경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35%는 ‘좋다’(Good)고 긍정적인 답변을, 64%는 ‘나쁘다’(Bad)고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갤럽은 “응답자 대부분이 자신의 국가 경제 상황을 전반적으로 나쁘게 인식했다”면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무역이 정체되고 경제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실시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단, 이 질문은 실제 각국 경제 상황과는 상관없이,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견해를 묻는 성격이었다.
특히 한국은 부정적인 답변 비율이 6위로, 부정 답변 최상위권에 속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2.6%)을 회원국 가운데 6위로 평가한 것과는 사뭇 대비된다. 34개국 중 경제가 좋지 않다는 답변은 나이지리아가 89%로 가장 높았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했지만, 최근 30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약 34%)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상태다. 이어 아르헨티나(87%) 튀니지(86%) 가나(84%) 튀르키예(83%), 그리고 한국(82%) 순이었다.
반면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국민은 싱가포르(76%)와 인도(75%)에서 가장 많았다. 또 방글라데시 필리핀(이상 66%), 네덜란드(65%) 멕시코(63%)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갤럽은 “인도의 경우, 무려 33%가 ‘매우 좋다’고 답했다. 이는 34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고 덧붙였다.
긍정적인 답변이 부정적인 답변보다 많은 국가는 34개국 중 9개국에 불과했다. 하지만 긍정 답변은 지난해보다 대체로 높아졌다. 폴란드의 경우, 긍정 평가가 지난해 33%에서 올해 53%로 껑충 뛰었다. 갤럽은 “폴란드는 지난해 10월 선거에서 8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데다 유럽연합이 1,490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스웨덴(41%→52%) 헝가리(30%→41%) 스페인(27%→37%) 브라질(29%→38%) 등에서도 유의미한 상승세가 감지됐다. 한국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16%로 매우 소폭 상승했다.
부정 답변이 급증한 국가는 나이지리아(25%→11%)와 독일(47%→39%)이었다. 독일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낮은 경제성장률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갤럽은 그러나 “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와 실제 국내총생산, 인플레이션 등 경제지표 사이엔 강력한 상관관계는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각국의 여당 지지자는 경제 상황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었다. 헝가리의 경우 전체 긍정 답변은 54%였지만, 여당 지지자는 무려 75%가 긍정 답변을 내놨고, 여당 지지자가 아닌 경우엔 21%에 그쳤다.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에서도 여당 지지자와 비지지자 간 긍정-부정 답변 차이가 30%포인트를 넘었다. 다만 한국은 여당 지지자는 25%, 비지지자는 12%만이 긍정 답변을 내놨다. 한국에서는 여권 지지자도 경제 현실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