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세계에서 경제에 가장 비관적

입력
2024.07.31 04:30
25면

편집자주

초 연결시대입니다. 글로벌 분업, 기후변화 대응, 빈곤퇴치 등에서 국적을 넘어선 세계시민의 연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행성에 공존하는 대륙과 바다 건너편 시민들의 민심을 전합니다

한국인들이 주요국 국민 가운데 실제보다 경제 상황을 가장 비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1~5월까지 34개국 성인 4만56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현재 경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35%는 ‘좋다’(Good)고 긍정적인 답변을, 64%는 ‘나쁘다’(Bad)고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갤럽은 “응답자 대부분이 자신의 국가 경제 상황을 전반적으로 나쁘게 인식했다”면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무역이 정체되고 경제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실시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단, 이 질문은 실제 각국 경제 상황과는 상관없이,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견해를 묻는 성격이었다.

특히 한국은 부정적인 답변 비율이 6위로, 부정 답변 최상위권에 속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2.6%)을 회원국 가운데 6위로 평가한 것과는 사뭇 대비된다. 34개국 중 경제가 좋지 않다는 답변은 나이지리아가 89%로 가장 높았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했지만, 최근 30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약 34%)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상태다. 이어 아르헨티나(87%) 튀니지(86%) 가나(84%) 튀르키예(83%), 그리고 한국(82%) 순이었다.

반면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국민은 싱가포르(76%)와 인도(75%)에서 가장 많았다. 또 방글라데시 필리핀(이상 66%), 네덜란드(65%) 멕시코(63%)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갤럽은 “인도의 경우, 무려 33%가 ‘매우 좋다’고 답했다. 이는 34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고 덧붙였다.

긍정적인 답변이 부정적인 답변보다 많은 국가는 34개국 중 9개국에 불과했다. 하지만 긍정 답변은 지난해보다 대체로 높아졌다. 폴란드의 경우, 긍정 평가가 지난해 33%에서 올해 53%로 껑충 뛰었다. 갤럽은 “폴란드는 지난해 10월 선거에서 8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데다 유럽연합이 1,490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스웨덴(41%→52%) 헝가리(30%→41%) 스페인(27%→37%) 브라질(29%→38%) 등에서도 유의미한 상승세가 감지됐다. 한국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16%로 매우 소폭 상승했다.

부정 답변이 급증한 국가는 나이지리아(25%→11%)와 독일(47%→39%)이었다. 독일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낮은 경제성장률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갤럽은 그러나 “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와 실제 국내총생산, 인플레이션 등 경제지표 사이엔 강력한 상관관계는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각국의 여당 지지자는 경제 상황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었다. 헝가리의 경우 전체 긍정 답변은 54%였지만, 여당 지지자는 무려 75%가 긍정 답변을 내놨고, 여당 지지자가 아닌 경우엔 21%에 그쳤다.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에서도 여당 지지자와 비지지자 간 긍정-부정 답변 차이가 30%포인트를 넘었다. 다만 한국은 여당 지지자는 25%, 비지지자는 12%만이 긍정 답변을 내놨다. 한국에서는 여권 지지자도 경제 현실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다는 뜻이다.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