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유도 결승 진출... 태극기 게양 꿈 이뤘다

입력
2024.07.29 23:26
유도 57㎏급 준결승서 브라질 실바에 절반승

‘독립운동가 후손’ 유도선수 허미미(경북체육회)가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결승전에 진출했다.

세계랭킹 3위 허미미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유도 여자 57㎏급 준결승에서 4위 하파엘라 실바(브라질)에 절반승을 거두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허미미는 초반부터 상대와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았다. 허미미가 시작과 동시에 상대를 넘기며 절반을 따내는 듯 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실바도 곧바로 반격을 가했지만, 역시 굳히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후에도 실바의 굳히기 시도가 여러 차례 이어졌다. 그러나 허미미는 쉽사리 공격에 당하지 않았고, 오히려 적극적인 공격을 펼쳐 2분 46초가 흐른 시점에 지도를 받아냈다.

허미미와 실바는 4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골든 스코어)에 돌입했다. 허미미는 골든 스코어에 돌입하자마자 업어치기 등 공격으로 다시 한 번 지도를 받아내며 기세를 탔다. 승기를 잡은 그는 이후 위 고쳐 누르기 공격으로 절반을 따내며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앞서 그는 32강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했고, 넬슨 레비(이스라엘·10위)와의 16강전에선 골든 스코어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반칙승을 거뒀다. 이어진 8강에서는 ‘천적’ 엥흐릴렌 라그바토구(몽골·13위)에 절반승을 따내며 금메달을 향한 질주를 이어갔다.

허미미는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그는 2021년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 국적을 택했고, 1년도 되지 않아 한국 유도 국가대표팀에 승선했다. 할머니의 소원대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그는 올해 5월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29년 만에 한국 여자 유도계에 금메달을 안기기도 했다.

허미미는 파리 출국 전 대한유도회에 낸 올림픽 출사표에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프랑스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러 갑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최소 은메달을 확보하면서 이번 대회 1차 목표를 이루게 됐다.


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