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연방대법원 개혁안 발표 "종신제 폐지, 전 대통령 면책 특권 제한"

입력
2024.07.29 22:39
11월 대선 3달 앞두고 실현 가능성 낮아
트럼프·대법원 때리기로 지지층 결집 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을 손질하는 개혁안을 꺼내들었다. 개혁안에는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저지른 범죄에 대해 면책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종신직인 연방대법관의 임기를 제한하고 구속력 있는 윤리 강령을 도입하는 법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보수 우위 성향의 '대법원 때리기'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연방대법원은 기본권을 보호하는 오랜 법적 선례를 뒤집었다"며 "시민권 보호를 파괴하고 여성의 선택권을 박탈했으며, 이제 대통령에게 재임 중 저지른 범죄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권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州) 오스틴 린든 존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관련 연설을 할 예정이다.


① 대통령 면책특권 제한 ② 대법관 임기제 ③ 윤리규정 도입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개혁안에 대해 "대통령이나 대법원을 포함한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전임 대통령 면책 특권 제한'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지난 1일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의 찬성으로 연방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1년 '대선 불복' 의사당 난입 선동 등에 대해 면책특권을 일부 인정하면서, 대선 전 '사법 리스크'를 해소해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판결로 인해 4번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전에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종신제인 대법관의 임기를 18년으로 제한하고 2년마다 새 대법관을 임명하도록 하는 개정안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제한은 대법관이 규칙적으로 바뀌도록 보장하고, 대법관 지명 시기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며, 대통령이 향후 여러 세대에 걸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현재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은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는 등 잇따라 사회적 합의를 뒤흔드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구속력 있는 윤리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대법관이 받은 선물을 공개하고, 공개적인 정치 활동을 삼가하며, 이해 상충이 있는 사건의 경우 판결을 기피해야 한다는 내용이 개혁안에 포함됐다. 앞서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공화당 거물 기부자로부터 호화스러운 여행을 제공받은 의혹을 받고 있고,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공공기관에 자신의 회고록을 사라고 재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선을 고작 3달 앞둔 시점에 이 같은 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연방대법원 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바이든 개혁안은 11월 대선을 겨냥할 공산이 크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는 CNN 방송에 "바이든의 개혁 추진은 미국인들에게 '11월에 투표할 때 대법원이 투표용지에 올라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