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의 발전은 자연 개발의 역사로 이어졌다. 그러나 적절한 대안이 있다면, 자연을 개발하기보다는 그대로 놔두고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는 게 더 중요하다. 1991년 시작된 강원도 동강에 댐을 건설하려던 논의에 한국일보가 장기적 관점에서 생태계 보전의 의미도 생각하자고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강원 평창군 오대천과 정선군 조양강이 합류해 흐르는 동강(東江). 정부는 1991년 4월 동강에 높이 98m, 길이 325m, 저수량 6억9,800만 톤 규모의 영월 다목적댐(일명 동강댐)을 짓는 계획을 발표했다. 물 부족 시대 대비, 홍수예방 차원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정부 결정 과정에서 개발에 따른 이익과 균형을 이뤄야 할 생태계 보전의 가치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시간이 갈수록 환경 보전론자들의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 내에서도 건교부와 환경부가 이견을 보이는 등 곳곳에서 마찰이 생겼다. 동강할미꽃 등 미기록종을 포함해 각종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알려진 동강에는 천연기념물 260호인 백룡동굴 등 천고의 신비를 간직한 천연동굴이 곳곳에 남아 있었지만, 그에 대한 신중한 평가가 없었다는 게 한국일보가 나선 배경이었다.
한국일보는 한발 앞선 기획으로 평가받는 동강댐 총점검 시리즈 '동강을 살리자'를 1999년부터 내보냈다. △여론조사와 현지 르포 △생태계, 그 신비와 실태 △메아리 없는 정선아리랑 △동강댐은 안전한가 △동강을 위한 대안 등 5회에 걸친 심층 분석 기사가 잇따라 게재됐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환경 등 삶의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맹목적 반대보다는 개발과 보전 사이의 균형적 이익을 전제로 한 시리즈 기사를 계기로 수많은 사회적 논의가 오갔다. 결국 한국일보 기획으로 증폭된 사회적 논의를 통해, 2000년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동강댐 건설 백지화 방침을 밝혔다.
정부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사는 자연환경을 살린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았다. '동강 특별취재팀'은 1999년 서울언론인클럽이 제정한 제15회 언론상 기획취재상도 수상했다.
※연재 일정상 70개 특종 가운데 50개를 선별 게재하기 때문에, 일부(예: <37>재계 지각변동 :LG대주주 내부자 거래조사·이건희 DJ 독대·2000) 특종은 소개되지 않습니다. 독자님들의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