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본인의 엑스(X) 계정에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음성을 조작한 인공지능(AI) 기반 딥페이크 영상을 올리면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머스크가 해당 콘텐츠의 조작 여부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사회적 책임을 갖고 운영해야 할 소셜미디어를 사유화해,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데 썼다는 비판으로 번졌다.
머스크는 26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 영상에 그의 목소리를 이용해 만든 새로운 음성을 입혀 조작한 1분 52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해리스는 "나, 카멀라 해리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이유는 조 바이든이 마침내 그의 노망기를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나는) 나라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도 했다. 자신이 여성이자 흑인으로서 '다양성 고용' 덕에 출세했다고도 했다. 모두 실제 한 적 없는 발언이다.
해당 영상은 X의 '미스터 레이건'이란 계정에서 먼저 올라왔다. 미스터 레이건은 이 콘텐츠가 풍자의 뜻이 담긴 '패러디'라는 점을 게시글에 명확히 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 영상을 올리면서 "이거 놀랍네(This is amazing)"라고만 밝혔다. 머스크의 게시물만 보면 이 영상이 조작된 것인지, 또는 풍자의 취지였는지 알 수 없다. 아무 설명 없이 게재된 가짜 영상은 1억2,300만 회 조회됐다고 A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해당 영상 대부분이 AI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해리스의 조작된 음성을 그대로 활자화한 자막이 삽입된 점도 문제로 꼽혔다.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하니 파리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교수는 "해리스 부통령의 목소리로 된 단어가 있을 때 영상은 훨씬 강력해진다"고 했다.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힌 머스크가 조작 여부를 밝히지 않고 해리스를 조롱한 가짜 영상을 올리자 해리스 캠프는 반발했다. SNS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이를 사유화해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미야 에렌버그 해리스 대선캠프 대변인은 AP통신에 "우리는 미국인들이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의 조작된 거짓말을 원치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머스크는 28일(현지시간) 뒤늦게 이 딥페이크 영상을 설명한 게시글에서 "놀랍네"를 지웠다. 그리고 "유명한 세계적 권위자에게 확인했는데, 그는 '미국에서 패러디는 합법'이라고 했다"는 내용으로 고쳐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