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국당원대회가 흥행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국 순회경선 2주 차까지 권리당원 투표율이 30%대 초반에 그치는 등 당 안팎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다. 당대표 선거는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최고위원 선거는 '이재명 일극체제'로 대변되는, '결과가 뻔한 전당대회'라는 평가가 벌써 내려진다.
부진한 흥행 실적은 대표·최고위원 선거 투표율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10개 지역 순회경선이 진행된 28일을 기준으로 고작 31.94%. 이는 2022년 전국대의원대회 당시 같은 10개 지역 투표율(38.00%)과 비교하면, 6%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2022년에는 온라인 투표와 자동응답전화(ARS) 투표를 함께 발표했고, 올해는 ARS는 서울지역 경선 시점으로 미룬 대신 각 지역별 온라인 투표 시간을 대폭 늘렸다.
제주지역 투표율에서 하락세는 유난히 컸다. 2022년보다 10.23% 떨어진 18.39%에 불과했다. 강원(-14.58%포인트), 경북(-10.01%포인트) 투표율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당대표 후보들의 정치 터전이라 할 인천(41.26%→37.76%), 경남(39.99%→35.12%) 정도가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원인으론 '경쟁 부재'가 첫손에 꼽힌다. 당대표 선거의 경우 2022년에는 70년대생을 대표하는 ‘양강양박’(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후보가 예비경선 당시부터 '당의 대안'을 자처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완주한 박용진 전 의원은 20%대 표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두관 후보와 원외 김지수 후보가 뒤늦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재명 후보의 90%대 득표율 앞에서 존재감을 영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친이재명(친명) 후보 일색인 최고위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2년 전 선거에서는 고민정 의원이 ‘비이재명’(비명)을 자처하면서 2위에 올랐고 송갑석, 윤영찬, 고영인 전 의원도 경쟁자로 나서면서 당내 비명계 성향 권리당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반면 이번 최고위원 후보 중에선 이 후보와 각을 세우는 후보를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이 후보와 누가 더 가깝냐를 다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그 결과, 과연 김두관 후보가 앞으로 호남·수도권 투표를 발판으로 이 후보의 '득표율 90%'를 저지할 것인가 정도가 그나마 남은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호남과 수도권은 권리당원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 후보는 현재까지 누적 득표율 90.41%를 차지하고 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이재명 픽’으로 꼽히는 김민석, 한준호, 강선우 후보의 성적표가 관심거리다. 이 후보가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사실상 지지를 호소했던 김 후보는 전당대회 첫 주 5개 지역에서 4위에 그쳤지만, 둘째 주까지 누적하면 정봉주 후보(19.03%)에 이은 2위(17.16%)다. 아직 호남, 수도권 투표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석 최고위원’ 경쟁에 불을 붙여볼 만하다. 한 후보는 누적 4위(12.06%)지만, 2주 차 득표율만 따지면 13.3%로 김민석, 정봉주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ARS도 흥행 부진을 만회할 변수가 될 수 있다. 2022년 선거 때는 ARS 투표를 각 지역마다 진행한 반면, 올해는 전당대회 마지막인 8월 17, 18일 진행할 예정이다. 막판에 투표율을 확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