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관련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서 13시간 이상 발언하면서 헌정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이날 오전 8시 32분 발언을 시작한 김 의원은 13시간 12분 가량 지난 오후 9시 46분까지 발언하며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최장 기록은 2020년 12월 국가정보원법 개정 당시 윤희숙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세운 12시간 47분이다. 김 의원이 기록을 갈아치우던 시점, 회의장에 앉아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를 쳤다.
이날 필리버스터에서 EBS의 프로그램 목록을 하나하나 언급한 김 의원은 “EBS의 어떤 부분이 정치편향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왜 EBS가 더불어민주당의 방송장악 정쟁에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지식채널e는 저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인데 방송을 보면서 정치적 편향성을 본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EBS의 자랑인 펭수가 정치적 편향성이 있는 겁니까. 아니면 뽀로로가 문제가 됩니까. 뽀로로가 국민의힘입니까”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언급하며 “이 후보자 법인카드 의혹이 사실이고 잘못됐던 거라면,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법인카드 의혹 역시 잘못된 것”이라며 이 전 대표를 공격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서도 “이 전 대표에 대해 비판하는 의원이 있느냐”며 “줄 서서 공천 받고, 이번에 배지 단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발언 도중 야권 의원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을 언급하면서 “타락한 운동권 정치인들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좀먹고 망치는지 잘 표현한 드라마”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이 법안들(방송4법)이 우리 언론 환경을 보다 공정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면,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초기에 이 법안을 처리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필리버스터는 ‘종결 요구’ 후 24시간이 지나면 무기명 투표를 거쳐 재적 의원의 3분의 2(180명) 이상이 찬성할 경우 종료된다. 야당은 김 의원의 발언 직후 종결 요구서를 제출해, 30일 오전 8시 33분쯤 24시간을 채운다. 이 경우 지난 25일부터 진행된 필리버스터는 총 100시간을 넘기게 돼, 역대 두 번째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는 2016년 2월 23일~3월 2일 민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반대’를 주장하며 벌였던 192시간 25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