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극우 세력이 총궐기할 조짐이다. 흑인 아시아계 유색인종 여성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백인 남성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할 민주당 후보로 유력해지면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맞서기 위해 나서자 극우 공격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급류로 바뀐 적대감의 물줄기는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을 떠오르게 할 정도다.
현재 해리스 부통령은 다양한 극우 집단들의 공통 과녁이 된 상태다. 신나치주의자들은 그녀의 인도·자메이카 혈통을 들추고, 유대인 남편 더그 엠호프에게 반(反)유대주의적 비방을 퍼붓고 있다. 반(反)정부 부류는 검사 경력을 이유로 해리스 부통령을 ‘경찰’이라 부른다. 큐어넌 성향 음모론자들은 ‘딥스테이트(막후에서 국가를 지배하는 비밀 실세 집단)’의 일원으로,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악녀 ‘이세벨’로 각각 그녀를 묘사한다. 한결같이 정체성을 겨냥한 인종·성차별적 인신공격이다.
보수 주류 인사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낸 서배스천 고카는 영국 우익 매체 GB뉴스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자격이라고는 질과 알맞은 피부색뿐인 재앙”이라고 불렀다. 능력이 모자란데도 성별과 인종 덕에 불평등 해소라는 명분의 혜택을 받았다는 식으로 폄훼한 것이다.
차별 공세를 부추기는 것은 유색인종 여성 권력자를 보며 느끼는 백인 남성의 공포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프리카·아시아계 여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위기감이 각기 추구하는 바가 다른 극우 세력들이 결집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WP는 전했다.
문제는 경쟁 상대의 정체성을 표적으로 삼는 공격이 대선 캠페인의 일환이 될 때다. 집권에 이롭기는커녕 당장 당내 흑인 지지자 이탈을 부를 공산이 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인종 비하가 흑인 유권자의 표를 확보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흑인 단체의 경고다. 경멸적 수사를 동원한 지나친 인신공격에는 온건 보수파 역시 거부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당내에서 제기된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로이터에 “선거 운동은 정책 위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행정부의 실패한 좌파 정책을 집중 공략하는 편이 당내 결집 유지에 바람직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