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이 물컵이라도 떨어뜨리잖아요"...조예은이 '다정한 호러소설' 쓰는 이유

입력
2024.07.2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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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 소설가 조예은 인터뷰
사회서 소외된 초자연적 존재와의 연대

“공포(호러) 소설은 죽은 사람에게도 목소리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장르죠.”

소설가 조예은(31)은 '세상의 모든 다른 존재'에게 소설 주인공의 자리를 아낌없이 내주었다. ‘칵테일, 러브, 좀비’에선 좀비가, ‘입속 지느러미’에선 인어가, ‘꿰맨 눈의 마을'에선 괴물이 주인공이다. 최근 나온 새 장편 ‘적산가옥의 유령’의 주인공은 어김없이 유령이다.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최근 만난 조 작가는 "유령이라는 존재만 놓고 본다면 호러는 다정하고 친절한 장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적산가옥의 유령’ 역시 무섭지만 동시에 애틋하고 다정하다. 일본인이 소유했던 적산가옥에서 기이한 모습으로 죽은 여성으로부터 시작해 그의 증손녀와 그 집에 사는 유령으로 뻗어가는 이야기는 약하기에 소외당하는 존재들의 연대로 나아간다.

조 작가는 2016년 데뷔한 후 잔인하고 기괴하면서도 산뜻한 환상소설을 주로 써왔다. 의외로 “잔인한 걸 잘 못 보고 깜짝 놀라게 하는 영화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는 왜 그런 소설을 쓸까. "오직 호러만이 죽은 자가 죽은 입으로 자신의 소리를 낸다"고 그가 책에 썼듯, 사라진 존재가 그의 소설에선 사라지지 않는다. “(현실 세계에서)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죠. 풀지 못한 감정이 있더라도요. 호러에서는 죽었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요. 미약하나마 물컵이라도 밀어 떨어뜨리는 정도라도 할 수 있잖아요.”

10만 부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의 '환상'은

조 작가의 환상소설은 무심하고 빠른 현대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위로처럼, 선물처럼 건네는 환상이다. 겨우 물컵 한 잔만큼의 환상일지라도 독자들에게는 절실했다. 그의 단편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는 10만 부가 팔렸다. 온라인서점 예스24의 ‘2024 젊은 작가’ 투표에선 3위에 올랐다.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했고 전업 작가를 꿈꾸지 않았던 조 작가로선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그는 “독서를 하지 않았던 분들이 '칵테일, 러브, 좀비'를 첫 책으로 읽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어렵게 읽히지 않으려 했기에 진입장벽이 낮았던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조예은 월드’는 날로 넓어지고 있다. 최근 청소년 소설을 쓰고 있고, 지난달에는 아이돌 가수인 세븐틴의 유닛 정한X원우의 싱글 앨범 스토리 집필에 참여했다. 여러 영역을 횡단하면서도 그는 “내 이야기는 허구이고 소설이지만 현실에서 완전히 유리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어요. 그들이 가진 고민과 문제들이 지금 이 순간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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