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는 온통 상처투성이"...영국 카누 우즈, 우울증 이겨내고 동메달 획득

입력
2024.07.29 16:01
"행복한 이 감정을 표현할 말이 없다"
두 번이나 정신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
그의 코치 모리스 덕분에 극복

"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긴 시간이 걸렸네요."

영국 카누 국가대표 킴벌리 우즈(28)가 28일(현지시간) 긴 슬럼프를 이겨내고 2024 파리 올림픽 카누 슬라럼 여자 싱글에서 동메달(98.94초)을 획득했다. 첫 올림픽 메달을 거머쥔 우즈는 다음 달 3일 카약 크로스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을 노릴 예정이다.

그는 경기 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 20년 동안 노를 저었고, 마침내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을 딴 순간은 내가 겪었던 모든 힘든 일을 가치 있게 만들었다. 이 감정을 표현할 말이 없다"며 감격스러운 감정을 드러냈다.

인터뷰를 하는 우즈의 손목과 팔은 날카로운 무엇엔가 베인 상처로 가득하다. 그 상처는 경기나 훈련 도중 생긴 것이 아니라 우즈가 자신의 몸에 스스로 상처를 낸 것이다. 국제카누연맹(ICF) 카누 회전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 6개, 유럽 카누 슬라럼 선수권 대회에서 8개의 금메달을 따낸 우즈는 2015년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입고 극심한 슬럼프와 우울증에 빠졌다. 두 번이나 정신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상태는 심각했다.

이때 우즈가 생각한 슬럼프 탈출 방법은 자신의 몸을 학대하는 것이었다. 우즈는 시합이 끝나고 나면 성과가 좋든 안 좋든 혼자 방에 들어가 자해했다. 증상이 악화될 때는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 자신의 아픔을 동료나 가족에게 토로했더라면 나아졌겠지만, 그는 모든 아픔을 혼자 간직하고 숨겼다. 우즈는 "당시에 내가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는 자해였고, 그 습관에서 벗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방에서 홀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던 우즈를 세상 밖으로 꺼내준 것은 그의 코치 크레이그 모리스였다. 우즈의 긴팔 티셔츠 속 숨겨진 상처를 발견한 모리스는 우즈의 '전담 상담사'를 자처했다. 그의 팔에 밴드를 붙여 자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시합장과 훈련장에서도 늘 동행했다.

우즈는 "모리스에게 나의 솔직한 감정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모리스는 가족보다도 자주 보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루는 나를 위해 목이 빠져라 응원하는 모리스 코치의 모습이 떠올랐다. 열심히 응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최선을 다해 연습할 수밖에 없다. 그의 노력 덕분에 '자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경기에 나서기 전 평온한 마음을 지니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우즈는 "정신 건강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스스로 고안해 낸 방법"이라며 "메모장과 손목에 착용하는 애착 머리띠를 챙겨왔다"고 말했다.

자신의 아픔을 솔직하게 고백한 우즈는 이제 다른 선수들의 희망이 되고자 한다. 그는 "나의 사연이 누군가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마음이 힘들 때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는 건 괜찮은 일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빨리 회복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이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