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골란고원서 잇따른 폭격, 어린이 수십 명 사망… 전운 또 고조

입력
2024.07.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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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가자 학교 등 공습... "팔 66명 숨져"
골란고원 축구장 폭격→이스라엘인도 12명 사망
이, 공격 배후로 헤즈볼라 지목... "보복공습 실시"
"헤즈볼라와 전면전 임박"... 국제사회, 자제 촉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에서 상대 측 민간인들을 노린 폭격이 잇따르며 어린이와 청소년 수십 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공습 배후로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지목했고, 만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보복 공격을 단행했다. 중동 지역 전운이 또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27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레바논·시리아 접경지대 골란고원에 위치한 마즈달샴스의 한 축구장이 폭격을 당했다. 이로 인해 12명이 숨지고, 약 20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상자 대부분은 미성년자로, 공습 당시 축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골란고원은 1967년 6월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통제해 온 곳이다. 마즈달샴스에는 이슬람 시아파 분파인 드루즈파를 믿는 시리아계 주민과 이스라엘 정착민이 주로 거주한다.

이스라엘, 보복 예고 몇 시간 후 "레바논 내 목표물 공습"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공격 배후로 헤즈볼라를 지목했다. 미국을 방문 중이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이번 공격과 관련해 헤즈볼라는 지금껏 치른 적 없었던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귀국 일정도 앞당겨 28일 도착하자마자 안보 내각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헤즈볼라와 레바논을 상대로 한 전면전의 순간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축구장 폭격'과 무관하다며 배후설을 부인했으나, 이스라엘은 몇 시간 만에 보복 공격을 퍼부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28일 오전 "레바논 영토 깊숙한 곳에 있는 헤즈볼라의 무기 저장소 및 무장단체 인프라 등 목표물 7곳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상자 발생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2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IDF의 공습으로 최소 50명이 숨지고 200명이 다쳤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IDF가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 내 학교와 남부 칸유니스 등을 공격해 최소 66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IDF는 가자지구 밖 서안지구 북부 도시인 나블루스 인근 난민 캠프에도 무인기(드론) 공습을 감행했고, 최소 한 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사회 "모든 당사자가 자제력 발휘해야"

중동 지역은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며 또다시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WP는 "최근 몇 달 새 일상적 수준이었던 공습이 가속화할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등을 지원하는 이란은 IDF의 가자지구 공습 직후 "(이스라엘은) 어리석은 모험에 대한 예기치 못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확전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국제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제니 헤니스-플라샤르트 유엔 레바논특별조정관과 아롤도 라자로 주레바논 유엔평화유지군(UNFIL) 대표는 공동성명을 내고 "격화하는 교전을 중단하라"며 "충돌이 지속되면 지역 전체를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재앙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X를 통해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해 확전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