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도 넘은 영업 행위에 두 번 고통 받는 유족

입력
2024.07.31 18:10
영천 종합병원서 숨진 환자 사라져
병원 영안실 위탁 장례업체가 옮겨
뒤늦게 시신 찾으러 온 유족 붙잡고
"다른 곳보다 저렴하다" 호객 행위
변사자도 병원 밖으로 옮겨 '말썽'
장례 전문가들 "병원도 관리 소홀"

경북 영천시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지난 9일 낮 아버지(73)의 임종한 딸 A씨는 사망진단서를 떼고 오자마자 시신이 사라지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알고 보니 시신은 병원에서 30m가량 떨어진 영천시 B장례식장에 안치돼 있었다.

사정은 이랬다. A씨는 영천시 C장례식장에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로 하고 시신 이송 차량까지 부른 상태였다. 사망진단서 발급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한 남성이 이동식 침대를 끌고 응급실로 들어와 A씨의 어머니에게 “병원과 병원 옆 B장례식장 모두 우리가 운영한다. 어디서 장례를 치를 거냐”고 물었고, A씨의 어머니는 “딸이 알아서 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시신을 여기 계속 두면 안 된다. B장례식장으로 옮기겠다”고 채근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A씨의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고, 남성은 쏜살같이 시신을 옮겼다.

B장례식장에 시신을 찾으러 갔던 A씨는 그곳에서 호객 행위에 시달려야 했다. A씨는 “문 앞에 C장례식장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데도 B장례식장 대표가 직접 ‘여기서 장례를 치르면 더 싸게 해 주겠다’며 매달리다시피 했다”며 “어머니가 '기다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재촉해 시신을 가져가고는 호객 행위까지 해 너무 기분이 나빴다”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B장례식장 측은 동의를 받아 시신을 옮긴 '정당한 영업행위' 였다는 입장이다. B장례식장 대표는 “어머니가 시신을 옮기도록 허락했는데 뭐가 문제냐”며 “C장례식장이 터무니없이 비싸게 돈을 받아 가격을 알려주려고 한 것이지 호객 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장례식장은 지난해 7월부터 A씨의 아버지가 입원했던 종합병원과 매달 2,200만 원을 주고 병원 영안실과 장례식장 운영 계약(위탁)을 맺으면서 시신을 병원이 아닌 B장례식장에 곧바로 안치하고 과도한 영업 행위를 해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3월에는 사망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변사자도 장례식장으로 옮겨 관할 경찰서 형사들이 시신을 찾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변사자 시신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경찰이 검시하고 타살 혐의점이 없어야 유족에게 인계된다. 당시 형사들은 시신이 장례식장에 있는 사실을 알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B장례식장 대표는 “병원 영안실을 임차해 함께 운영하다 보니 직원이 실수를 저질렀다”며 “그 뒤로는 시신의 사망 원인을 철저히 살펴본다”고 해명했다.

장례전문가들은 이 병원의 시신 관리에도 허술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가공인 장례지도사 예언경(54·대구대 겸임교수)씨는 "본래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의 시신은 장례식장이 결정될 때까지 병원 영안실에 둔다"며 "A씨처럼 환자의 유족들이 여러 피해를 겪는 만큼, 병원서도 영안실에 잘 안치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이후 장례식장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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